김보경(27·요진건설·사진)이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성공시키자 동료 윤슬아가 쌍권총 들듯 물병 2개를 쥐고 따라붙었다. 김보경은 본능적으로 달아나려했지만,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5년 우승 갈증을 씻어내는 물세례와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김보경은 2일 경기 이천시의 휘닉스 스프링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E1 채리티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 ‘슈퍼 루키’ 김효주(18·롯데)를 2타 차(8언더파 208타)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2008년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의 우승이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4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지만 통산 2승 달성이 너무도 어려웠던 김보경은 이달 초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5위에 오르며 샷감을 조율한 뒤 마침내 목마른 승리를 거뒀다.

김보경은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확보해 단숨에 시즌 상금 랭킹 6위(1억5500만원)로 올라섰다.

공동선두로 챔피언조에서 함께한 김효주와의 경합은 막판까지 이어졌다. 김보경은 10번홀(파4)에서 3.5m 거리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으나 11번홀(파5)에서 버디로 맞받아친 김효주에게 다시 동타를 허용했다.

김보경이 승기를 잡은 것은 14번홀(파3)이었다. 티샷을 홀 왼쪽 3.5m에 떨어뜨리고 다시 버디를 잡아 1타 차 단독선두로 나선 뒤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김효주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예약했다. 18번홀에서 우승퍼트를 마친 김보경은 캐디로 함께한 아버지 김정원씨(57)와 기쁨을 나눴다.

김보경은 “중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가 심근경색 수술을 받았는데 회복하고 난 뒤로 계속 같이 대회장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아버지와는 의견도 맞지 않고, 성격도 반대다. 아버지는 급한 성격, 나는 느긋한 성격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를 많이 해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나이도 있고 할 만큼 했으니까, 즐기고 재미있게 골프 쳐라’는 말씀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또 “2년 전부터 슬럼프에 빠져 좋지 않았고,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우승재킷을 입는 꿈을 꿨는데 꿈대로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