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하던 긴장이 단숨에 환희로 바뀌었다. 언남고가 서울 라이벌인 보인고와의 대통령금배 결승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선축에서 6-5로 한발 앞선 상황, 황청색 유니폼을 입은 언남고 선수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곧이어 상대 선수의 킥이 오른쪽 골대를 때리고 나오자 한데 엉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정종선 언남고 감독은 최승호 코치를 꼭 껴안았고, 학부모와 모교 응원단이 모인 관중석에서는 “잘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남고가 31일 경북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46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에서 연장 포함 10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보인고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언남고는 2007년 대통령금배 우승 이후 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우승팀 보인고는 동아고(1977·1978년) 35년만에 금배 2연패를 달성할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학원축구의 명문으로 꼽히는 두 팀의 맞대결은 예상대로 팽팽했다. 기선을 잡은 쪽은 언남고였다.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친 언남고는 전반 4분 백승훈(3년)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찬 공이 가볍게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보인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0-1로 뒤진 후반 9분 차인석이 오른쪽 측면에서 유창훈(이상 2년)이 올린 공을 밀어 넣으며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승패가 갈린 것은 승부차기. 양팀 5명씩의 키커가 한 차례 실수 없이 모두 성공하며 팽팽하게 이어진 승부는 6번째 키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선축에 나선 언남고 백승훈이 가볍게 골망을 흔든 반면 보인고 서영재(3년)의 슈팅은 골포스트를 때리며 골문을 벗어났다. 결승에 오를 때까지 한 번도 승부차기를 하지 않은 언남고가 극적으로 금배를 따내는 순간이었다.

골문을 든든히 지킨 언남고 골키퍼 지승학(3년)은 GK상을 받았고, 미드필드에서 숨은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한 양태렬(3년)은 생애 첫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도자상을 받은 정종선 감독은 “사실 승부차기는 연장전을 앞두고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언남고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 2월 춘계연맹전에 이어 전국대회 2관왕에 올랐다.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왕중왕전까지 정상에 오르면 전관왕이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토털 사커’가 언남고의 힘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공격수 정성현(2년)과 미드필더 양태렬·장성재(3년) 등이 나란히 세 골씩을 터뜨려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정 감독은 “평소 즐기는 축구를 강조하다보니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뛴다”면서 “왕중왕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