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으로 자부하던 K리그의 경기력 저하가 심상치 않다.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반환점을 돈 성적표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투자를 줄인 K리그의 쇠락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많은 돈을 쏟아부은 중국 슈퍼리그는 기대치를 뛰어넘어 초강세를 보이며 ACL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7 ACL에 출전 중인 K리그 4팀이 조별리그 3경기씩을 치른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16일 현재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우승팀 FC서울은 F조에서 3전 전패를 당해 탈락이 유력해졌으며 울산도 1승1무1패로 E조 3위로 밀렸다. G조의 수원 삼성이 1승2무, H조의 제주가 1승1무1패로 조 2위로 16강 진출권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K리그 네 팀이 3라운드까지 치른 12경기의 성적은 3승4무5패에 그친다.

특히 지난해 K리그 챔피언이자 최근 4년 사이에 3번이나 4강에 올랐던 서울의 몰락은 충격에 가깝다. 서울은 지난 시즌 ACL 무대를 휩쓸었던 골잡이 아드리아노와 중원사령관 다카하기가 이적한 공백과 수비 불안이 겹치면서 기대 이하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나머지 팀들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서울의 라이벌 수원은 G조 3차전에서 최약체인 홍콩의 이스턴을 힘겹게 1-0으로 꺾고 조별리그 첫승을 신고했지만 경기력이 신통치 않다. 울산도 들쭉날쭉한 전력으로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1승2무)에도 밀리며 3위에 그치고 있다. 제주는 K리그팀 가운데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지만 수비 불안에 발목이 잡혀 승점 사냥은 기대만큼 이뤄내지 못했다.

K리그가 비틀거리는 사이에 중국 슈퍼리그가 동아시아 최강으로 올라서는 모양새다. 상하이 상강, 장쑤 쑤닝, 광저우 헝다 등 3팀이 ACL에 참가한 슈퍼리그는 9경기에서 7승2무의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팀 모두 조 선두에 올라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헐크에 이어 첼시의 주전 미드필더 오스카까지 영입한 상하이는 F조에서 3전 전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장쑤 역시 하미레스·알렉스 테세이라 등 막강 외국 선수를 앞세워 3연승을 달렸다. 슈퍼리그 절대 강자 광저우 헝다가 1승2무를 기록한 게 부진하게 느껴질 만큼 올시즌 슈퍼리그의 기세는 대단하다. 일본 J리그도 네 팀이 출전해 5승4무3패를 기록하며 K리그보다 우위를 보였다.

한·중·일 삼국지 경쟁에서 K리그가 뒤처지게 된 것은 최근 몇년간 계속된 투자 위축으로 선수 보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K리그는 우수한 외국인 선수 영입은 고사하고 있는 선수도 지키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투자가 줄어든 K리그는 ACL 무대에서 결정 지을 수 있는 확실한 선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해결사가 없으니 경기 운영이 전반적으로 힘들어지고 라인을 올리려다 수비 불안으로 이어져 실점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중국 슈퍼리그는 확실한 특급 외국인 선수가 해결하고 ACL 경험이 쌓이면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다. K리그가 투자 축소의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확실한 체질 개선으로 새로운 생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