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 선수 50명에게 ‘2017시즌 최고 투수는 누가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년에 비해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겨우내 리그 에이스급 수준이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량’보다 ‘경험’에 따른 판단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50명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명(44%)의 지지를 받았다.

2017 KBO리그는 그야말로 ‘에이스’ 전쟁이다. 니퍼트를 비롯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 1선발 마이클 보우덴(두산), 헥터 노에시(KIA), 앤디 벤헤켄(넥센), 데이비드 허프(LG), 메릴 켈리(SK)가 잔류했다.

더 굵직한 선수를 영입한 팀도 있다. 지난해 40승을 합작한 두산 원투펀치 니퍼트, 보우덴 조합에 자극받은 타 구단은 100만달러가 넘는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데 거액을 투자했다. 한화는 총 330만달러를 들여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력을 가진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영입했다. NC가 새롭게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인 제프 맨쉽도 지난해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오간도와 맨쉽은 지난해 206.2이닝을 던지면서 15승5패, 평균자책 3.40을 기록한 헥터(170만달러) 보다 높은 몸값(180만달러)을 받는 투수다.

삼성이 에이스로 기대하는 앤서니 레나도(105만달러) 역시 큰 기대를 모은다. 올해 전체 외국인 투수 20명 가운데 10명의 몸값이 100만달러 이상이다.

그럼에도 동료들은 ‘구관이 명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퍼트는 KBO리그 7년차 외국인 투수다. 그 사이 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두자릿수 승리를 꼬박 채우며 자타공인 최고 투수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22승을 비롯해 평균자책(2.95), 승률(0.880)까지 투수 3관왕에 오르면서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면서 최고점을 찍었다. 몸값도 외국인 선수로 역대 최고인 210만달러까지 올랐다.

1981년생으로 나이가 많고, 부상에 따른 관리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203㎝의 큰 키에서 내려찍는 듯한 묵직한 직구는 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구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니퍼트는 올 시범경기에 세차례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 2.08로 시즌을 기대케 했다.

니퍼트와 큰 차이가 있지만 양현종이 토종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양현종은 6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양현종은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팀에 남아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이어 헥터와 켈리, 그리고 현재 국내 투수 가운데 가장 안정감있는 투수로 평가받는 장원준(두산), FA로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차우찬이 각각 3표씩을 받았다. 아직 실전 검증 무대에 서지 못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각각 2표와 1표씩을 얻었다. 또 보우덴을 비롯해 시범경기를 통해 좋은 제구력을 선보인 스캇 다이아몬드(SK)와 지난 두 시즌 연속 15승 이상을 따낸 유희관(두산)도 이름이 한 번씩 거론됐다.

▼ 구단별 설문 참가자

유희관 이현승 민병헌 김재호 박건우(이상 두산), 임창민 이재학 나성범 손시헌 김태군(이상 NC), 서건창 신재영 윤석민 김상수 김하성(이상 넥센), 차우찬 류제국 박용택 정상호 손주인(이상 LG), 최형우 안치홍 김주형 양현종 한승혁(이상 KIA), 정의윤 최정 이재원 박희수 채병용(이상 SK), 정근우 이용규 송광민 송창식 안영명(이상 한화), 윤길현 손승락 손아섭 강민호 이대호(이상 롯데), 구자욱 조동찬 김헌곤 심창민 김대우(이상 삼성), 이진영 박경수 박기혁 정대현 김재윤(이상 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