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4년 뒤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을 겨냥한 준비를 시작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일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가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는 오는 9월 A매치 전까지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48)의 유임 또는 새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새 감독을 뽑는다면 그 대상을 외국인 감독으로 할지, 국내 감독을 선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 축구 앞에 세 갈래길이 놓인 셈이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지난 5월21일 첫 소집부터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러시아 월드컵까지 선수단과 함께 동행하며 대표팀의 준비 과정과 경기력, 성적 등을 지켜봤다.

당초 목표였던 16강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서는 실망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를 따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 감독이 지난해 9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대신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고,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점을 감안하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한 뒤 성패에 따라 카타르 월드컵까지 재신임하자는 방안이 나온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사견을 전제로 “독일에 졌다면 (유임이) 어렵겠지만, 이겼고 또 좋은 경기를 했으니 기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단 신 감독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 감독은 “신중하게 다가가야 할 부분”이라며 “아직 마음이 정리가 안 됐다. 이제 막 대회가 끝나서 깊이 있게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에서 역대 월드컵 사령탑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재계약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대한축구협회도 스웨덴과 멕시코에 잇달아 패배한 직후 매치 주선과 외국인 감독 물색을 맡고 있는 영국의 ‘캄 스포츠’와 접촉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장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국·내외 감독을 모두 포함한 감독 후보군을 물망에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라며 새 감독 선임에 무게를 실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새 감독을 선임할 경우 국내 지도자보다는 네덜란드 출신 루이스 판 할 감독과 같은 세계적인 명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장을 데려오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변수다. 판 할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에서 연봉으로만 28억원을 받았다. 새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 등을 추가로 데려오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이들의 연봉을 포함해 연간 총 30억~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