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가락 끝에는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손톱은 코드를 잡기위해 바짝 깎았다. 잠잘 때도 기타를 머리맡에 두고 잤다. 한 달여 동안 기타를 잠시라도 놓지 않았다. 첫 공연이 올라간 날 짧은 두 곡이었지만 완벽하게 연주했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에서 박정자 역을 맡은 차청화 배우(34)의 생애 첫 기타 연주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영화 <하모니>를 촬영하면서 <한밤의 세레나데>을 처음 알았다. 당시 함께 촬영 중이었던 선배 언니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기타 연습을 하는 걸 보며 박정자 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 스케줄이 나오면서 같은 역에 캐스팅 된 유정민 배우가 추천해줘 오디션을 본 후 합류했다.

박정자 역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기해야하는 캐릭터다. 현재 시장에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60대 박정자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20대 박정자는 감성이 넘치는 가수다. 차청화는 20대 정자 역을 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다. 단 두 곡을 위해서 하루 10시간 이상 기타 연습을 했다. 손가락 끝은 맨살이 드러나고 새살이 돋기를 반복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굳은살이 박힌 손가락을 보며 뿌듯해했다.

현재와 70년대를 오가는 작품이라 70년대풍 음악이 주를 이룬다. 차청화는 혜은이, 뚜아에 무아 등의 노래를 들으며 감을 잡았다. 특히 박인희의 ‘모닥불’을 반복해서 들으며 70년대 창법을 배웠다.

차청화는 극중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부산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숙자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전라도가 고향인 이모들에게 사투리를 감수받았다. 이모들의 말을 녹음해서 듣고 또 들었다. “워~메 워~메”, “아야 뭣하냐” 등 토속적인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면 관객들은 빵터졌다.

차청화는 “연습하는 동안 엄마 생각이 나서 울면서 전화한 적이 있어요. 엄마는 걱정이 됐는지 공연을 보러왔더라구요. 어떤 공연인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딸이든 엄마든 모두 엄마의 딸이어서 엄마를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다.

드라마 요소가 강한 <한밤의 세레나데>에서 박정자는 감정폭이 극과 극을 오간다. 차청화는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죽고 갑자기 암전이 된 후 엄마로 변하죠. 슬픔에 잠긴 젊은 정자는 몇 초 사이에 억척스런 현실의 엄마로 돌아와요. 기타 연주는 기술적인 거라 연습하면 되지만 감정표현은 단시간 연습으로 이뤄지지 않잖아요.”

차청화는 2006년 뮤지컬 <뒷골목 스토리>로 데뷔한 뒤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다시 대학로로 돌아왔다. 순대국밥집을 하는 박정자 역을 하기 위해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순대국을 이젠 매일 먹는다는 차청화는 “공연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날거예요. 공연이 끝난 뒤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이 많더라구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뮤지컬이죠”이라고 말했다.

차청화는 자신을 한마디로 소개해달라는 요구에 “‘차’가워보인다구요? 노노~~ ‘청’량감있고 ‘화’통한 배우랍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