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마다 책 한 권을 슬로리딩하는 비영리 가족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청소년 대상 프로젝트 도서는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참가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렇게 자극적인 책을 청소년에게 읽혀도 되는가?’가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두신 한 부모님께서는 ‘도저히 아이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비단 이 경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위한 매체의 표현 수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하는 것은 늘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저는 좋은 이야기는 좋은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당면한 문제가 얼마나 본질적이냐’ ‘얼마나 우리 존재와 밀접하냐’가 좋은 작품의 출발점인 셈인데, 보통 이런 것을 두고 ‘문제의식’이라고 부릅니다. 동화는 태생적으로 이 문제의식이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여린 어린 독자들이 읽는 책, 그 어린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문제의식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은 그런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문제의식도 확장될 수밖에 없고, 확장돼야 합니다.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의식만 놓고 보면 청소년 소설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다루는 영역 거의 대부분을 다룰 수 있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몬드’가 감정의 어두운 부분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청소년 소설의 이런 특징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음험하고 폭력적인 것, 성적인 것을 보여주는 일이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꿔 보면 어떨까요. 지금껏 어린이였던 아이에게 세상과 우리 존재의 진짜 문제의식들을 접하게 해주는 일, 그동안 어려서 보여줄 수 없던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비로소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아이가 어른이 돼 살아갈 세상이 예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데 언제까지 그 사실을 숨길 수도 없고, 숨겨서도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존재와 세상의 진짜 모습에 다가가는 것, 그것이 성장의 한 측면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의 다른 점은 표현입니다. 같은 문제의식을 다뤘다고 하더라도 성인 소설은 주제 구현에 필요하다면 표현 수위에 한계를 두지 않지만 청소년 소설은 표현 수위에 한계를 둡니다. 아동 성추행이나 성폭행 장면이 나와도 구체적으로는 묘사하지 않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듯 청소년 소설은 세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문제의식들을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도 아이들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적나라함은 피합니다. 이것이 바로 청소년 소설이 청소년 소설인 이유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날이 자라고, 그 성장에 걸맞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인정해 주고 응원하는 것.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