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소방공무원으로 20년을 근무하다 ‘비인두강암’을 진단받고 퇴직한 후 요양 중에 사망한 B의 배우자이다. A은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 등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가유공자 등 요건 비해당 처분을 하였다. 망인이 진단받은 비인두강암이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발병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불복한 A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1심 법원은 보훈처의 손을 들어줬다. 업무수행 중 부상이나 질병을 얻은 사람이 보훈신청을 하는 경우 신청인은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부상이나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법에서 정한 등급 기준에 부합함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 보훈처는 보훈등록을 거부하는 결정(처분)을 하게 된다. 법원은 망인의 비인두강암이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업무와 관련 있다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상급 법원에서는 다른 결론을 냈다. 상급법원은 ① 비인두강암의 여러 발병 원인 중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망인에게서 유전적 소인이 확인되지 않은 점, ② 망인이 화재 진압 등 직무로 인하여 빈번하게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등이 백혈병, 비인두강암 등을 유발할 수 있음이 익히 알려져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비인두강암과 망인의 직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사실 직접적인 원인 관계를 파악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부상과 달리 질병의 경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핑계가 되어 보훈처 단계에서 국가유공자 등 요건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보훈처가 신청인에게 여러 요인 중 업무수행 때문에 질병이 발생되었음을 명확히 입증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증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건 망인의 비인두강암처럼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업무적 요인 중 어느 것 때문에 그 질병이 발병되었는지 확정적으로 밝혀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청 상이가 질병인 경우, 보훈처가 요건 비해당 처분을 하면서 주로 제시하는 근거는 ‘업무수행과의 관련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업무수행과의 관련성이 없다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질병과 관련한 국가유공자 등 요건 판단에 있어 보훈처가 보다 관대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무 관련성 여부를 의문의 여지가 없이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불이익은 국민인 신청인이 아닌 국가기관인 보훈처가 져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