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으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명지학원이 최근 재단 유휴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지학원은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 등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다.

명지대학교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4일 대학위기의 책임을 물어 현 총장의 퇴진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재단이 학교 유휴부지에 대해 부지매각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인에게 등기를 이전하는 불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명지학원은 지난 5월 명지대 용인캠퍼스 내 유휴부지를 개발사인 운봉개발에 435억 8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채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계약금 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교내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3개월이 지난 8월 계약금 20억원을 받으며 그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435억여원에 이르는 토지를 계약금 20억원만 받은 뒤 소유권을 넘긴 것이란 게 공대위의 주장이다.

공대위는 재단이 이 과정에서 등기이전 사실을 재단 구성원들에게 숨긴 것은 물론, 사실이 발각된 이후에도 매각대금 잔금 지불기일을 임의로 연기해주는 배임행위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제46조)에 따르면 사학기관은 ‘처분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소유권을 넘겨받은 당일 운봉개발은 다른 2명의 개인에게 이 땅에 대한 매매 예약 가등기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명지학원 관계자는 “한 직원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빚어진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현재 대학 본부는 부지 매각과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모든 민형사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편 관계자에 대한 압박과 협상을 시도하는 등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대위 측은 재단의 이 같은 주장이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주장한다.

공대위 관계자는 “재단이사장과 총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이 같은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하물며 전 구성원이 학교가 ‘회생’ 절차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끌어야 할 재단과 총장이 앞장서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참으로 용서받지 못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