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유전 정보에 의해 다음 세대에게 부모의 형질을 물려주게 된다. 처음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계획할 당시에는 인간의 유전자가 전부 분석되고 나면 인류에게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인간의 게놈 분석은 완료되었고 우리는 과연 혁명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간의 유전정보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으며 서로 간의 상이점도 0.1%도 차이 나지 않을 만큼 비슷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유전자 분석 회사들의 정확도에 필자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 회사들이 첨단 분석 기법이라며 저마다의 유전자 분석과 질병의 예측 모델을 제시하였지만 분석 결과가 다소 의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술은 더욱 발전하였고 빅데이터와 AI 시대에 접어들어 과거의 분석보다 정확도 및 활용도에서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질병이나 체질의 발현에 있어서 수많은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들에서 어느 정도 상호 영향을 미치고 발현까지의 과정을 분석해 낸다. 이렇게 과거에 비해 더욱 정밀해진 예측 모델을 통해 우리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전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건강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블랙 팬서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였던 채드윅 보스만은 대장암으로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 사전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종 암에 대해 유전적으로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면 해당 질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위, 대장 내시경과 같은 검사 등으로 조기에 찾아내어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질환들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알고 있다면 후천적인 생활 습관의 개선 또는 자기 관리를 통해 발현의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예방하는 노력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 건강검진을 계획할 때 본인에게 어떤 질환을 더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유전자인 BRCA1 gene의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예방적으로 유방절제술을 단행했다. 이 유전자의 경우 80세까지 유방암 발생률의 누적 위험도가 72%에 달하며 난소암도 44%나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암 유발 유전자가 있다면 선제적인 절제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위에서 언급한 BRCA gene 하나만 검사하는데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지만 현재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유전적 질환의 가능성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유전자는 변하는 것이 아니며 평생의 건강관리를 함에 있어서 한 번 정도 체크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