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실제로 일어났던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그놈 목소리’(제작 영화사집)가 개봉 첫 주말 140만명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항상 스크린에서 실화와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박진표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자못 비장해보였다. 199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연출로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한 그는 ‘현상수배극’을 표방한 이 영화를 내놓으며 온 국민이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 공개 후 주위의 반응은?=솔직히 좀 많이 놀라고 당황한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읽지 말고 그냥 보면서 사건의 전말을 알기 바랍니다. 영화는 꼭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직설화법으로 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그건 (주인공이 범인을 공개 수배하는 형식)의 엔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이야말로 영화의 존재 의미입니다. 철저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제 뜻이 잘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살인의 추억’류의 스릴러를 예상한 사람이 많다던데?=‘살인의 추억’이나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카테고리로 엮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만든 사람이 다르기에 각자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습니다. 박진표가 실화사건을 바탕으로 철학이고 뭐고를 집어치우고 만든 선동영화로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나요?=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분노해 사건에 대해 찾아보고, 더 나아가 공소시효폐지의 필요성을 느껴 서명운동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영화는 일종의 실험입니다. 개인적이기보다 영화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사회적인 실험인 것 같습니다.

▲김남주를 캐스팅한 배경은?=김남주는 제가 SBS PD를 할 때 공채시험에 합격한 후 리포터로 데뷔했습니다. 방송국에서 지나가다 몇번 봤는데 차차 스타가 돼 가는 과정을 눈여겨봤습니다. 장점을 많이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영화의 캐스팅 원칙이 아이를 가진 엄마여야 했습니다. 김남주를 만나보니 온 세상이 아이를 중심을 돌아가더군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대대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촬영장 분위기가 무척 엄숙했다던데?=이번에는 제가 현장에서 예민해져서 신경질을 많이 냈습니다. 촬영장 분위기가 늘 엄숙했습니다. 소재 때문에 웃고 떠들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게 했습니다. 회식도 못하게 막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을 많이 괴롭히셨다던데?=맞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이틀 동안 밤새워 30번을 찍었어요. 설경구 배우 인생에 처음 겪는 일이죠. 솔직히 연기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한번 더 하면 더 호소력이 강해지지 않을까 해서 독하게 시켰습니다. 김남주도 가슴을 치는 연기할 때 “더 세게”라고 다그치며 여러 번 찍었어요. 나중에 가슴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정말 미웠을 겁니다.

▲경찰이 너무 무능력해보이고 기독교를 비하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영화 속에서 경찰이 당시 수사여건으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에피소드 속 상황이 우스운 거지 희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저도 기독교 신자입니다. 혼란스러울 때 인간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결코 신을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제 우리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 이형호군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