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복스는 계속된다!’ 지난 1997년 데뷔한 국내 대표적인 여성그룹 베이비복스. 이희진, 김이지, 간미연, 심은진, 윤은혜로 구성된 ‘원조’ 베이비복스는 ‘우연’을 필두로 ‘겟업’ ‘더 킬러’ 등의 히트곡을 남긴 데 이어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도 큰 성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멤버들이 차례로 팀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국 및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팬들은 이들의 부활을 바라는 편지를 소속사로 끊임없이 보내왔다.

베이비복스가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예전 모습은 아니다. 모두 새 멤버로 팀을 구성했고, 이름도 ‘베이비복스 리브’로 개명했다.

화끈한 데뷔식을 잇달아 치르고 있는 이들은 선배들의 명성을 잇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몽골, 중국, 태국 등에서 해외 쇼케이스를 가진데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달 28일 정규음반을 발표하고 각종 TV 무대를 장식 중이다.

새 멤버는 누구?

베이비복스 리브의 라인업은 안진경(24), 양은지(23), 황연경(22), 한애리(22), 사랑(18)으로 구성된다. 안진경은 이미 여성 그룹 ‘투야’로 대중을 한차례 만난 적이 있으며, 양은지는 탤런트 양미라의 친동생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80㎝에 육박하는 막내 멤버 사랑은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에 능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멤버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하자마자 화제를 톡톡히 모았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다”는 양은지는 “원래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면서 “언니는 분야가 다른지 내가 가수로 데뷔한 것이 마냥 신기하다는 반응이다”고 귀띔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한국 등에서 학교를 다닌 사랑은 “본명은 ‘명사랑아그네스’다”라며 “해외에 있을 때부터 베이비복스의 노래를 곧잘 들었고, 그 유명한 팀에 들어오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데뷔 소감을 전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역설적으로 베이비복스가 얼마나 큰 인기를 누렸는지 알겠더라니까요.”

베이비복스 리브는 국내 데뷔에 앞서 지난해 12월26일 몽골 울란바토르를 시작으로 1월10일 중국, 1월14일 태국 등지에서 쇼케이스를 먼저 가졌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성그룹으로의 위상을 먼저 만끽하며 자신감을 가진 후 국내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계산이었다.

“말도 마세요. 얼굴도 보지 못했을 텐데 공항까지 나오셔서 환영식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우리가 발표한 노래를 벌써 외워 따라 부르는 분도 있었어요. 몽골에는 몽골 정부가 ‘한류스타’ 베이비복스에게 선물한 땅도 있던데요. 하하.”

국내에서도 베이비복스 팬들은 베이비복스 리브를 주축으로 다시 결집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리더 안진경은 “국내 팬들이 미워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일단은 믿어주시고 아껴주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보답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복스 리브는 2월 말 베트남과 캄보디아, 3~4월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쇼케이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베이비복스 리브의 음악은?

최근 발표된 베이비복스 리브의 앨범은 총 9개의 트랙이 담겼다. 선배들이 불렀던 ‘겟업’과 ‘킬러’ ‘우연’이 베이비복스 리브의 음색과 새로운 편곡으로 재수록됐고, 이외에 ‘네버 세이 굿바이’ ‘시’ ‘스크릿’ ‘베이비’ 등 6개의 색다른 신곡이 인사를 전한다.

“1기 선배들과는 달리 이번 음반은 상당히 팝적인 요소가 많아요. 또 R&B를 곧잘 듣던 세대다 보니 R&B 창법을 구사하는 경우도 많고요.”

실제로 앨범 수록곡 중 ‘네버 세이 굿바이’와 ‘시크릿’은 R&B의 대가인 휘성과 빅마마, 거미 등의 노래를 맡았던 작곡가 김도훈의 작품이기도 하다.

안무는 더욱 섹시해진 느낌이다. 선배들에 비해 키가 더 큰 베이비복스 리브 멤버들은 이른바 엉덩이를 크게 흔들어대는 ‘셰이킹 히프’ 댄스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는다.

‘1기 선배들을 만나 봤느냐’는 질문에 대해 멤버 황연경은 “간미연 선배가 얼마나 많이 도와주시는지 모른다”면서 “한편으로는 괘씸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리허설을 체크해주시고, 잘하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곧잘 전화도 주신다. 천사가 따로 없다”고 전했다.

국내 가요계에서 선배들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고 팀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에서도 일본 그룹 ‘모닝 구스메’ 정도만이 이같은 패턴의 활동을 한 바 있다. 가요관계자들은 베이비복스 리브의 성공여부에 따라 제2의 핑클, SES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글·강수진기자, 사진·이석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