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개콘)의 힘은 마르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스타에 있다. 오랜 시간 무대 내공을 다져온 이들은 어느 순간 제 코너를 만나 환하게 빛을 발한다. 최근 〈개콘〉의 대세는 단연 김준현(32)이다. 이름은 가물가물할지 몰라도 얼굴을 보면 누구나 “고래에?” “사람 불러야 돼….” “마음만은 호올쭉하다!”는 유행어를 떠올릴 수 있다. 무대에서 받는 박수도 예전과는 다르다. 데뷔 6년 만에 제대로 물 만난 그는 몸은 피곤해도 얼굴에 웃음은 한가득이었다.

“얼마 전 대구 공연을 갔다가 스케줄 때문에 혼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나가지도 못할 만큼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만큼 김준현은 ‘뜨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 경향신문 사내에서도 ‘준현앓이’를 하는 팬들의 사진촬영 요청, 사인 공세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이 성공을 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네 가지’ 코너는 원래 21기 기열, 종훈 선배가 짠 코너였어요. 지나가다가 재밌겠다 싶어서 붙었죠. ‘생활의 발견’도 그랬어요. 원래 세 명이 같이 하는 걸로 했다가 송준근, 신보라가 먼저 들어갔어요. (김)병만이 형이 ‘들어가 살려봐’라는 말을 해줘서 합류했죠. ‘비상대책위원회’도 그랬어요. (김)대성이 자리였는데….”

그는 현재 세 코너에 출연 중이다. ‘감수성’ ‘꺾기도’ ‘비상대책위원회’에 출연하는 김준호(37)와 더불어 최다출연 개그맨이다. 김준현은 세 코너에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돼지 캐릭터’의 지평을 열고 있다. 그에게는 압도적인 외모(?)도 있고, 연기력도 있고, 때로는 귀여움도 있다.

“‘이놈 아저씨’ 민상이 형이 130㎏가 넘어가고, 동기인 ‘오랑캐’ (김)지호가 110㎏ 정도 될 거예요. 저는 118㎏ 정도 되는데 원래 뚱뚱하진 않았거든요. 군대 제대한 직후에는 70㎏ 정도로 ‘홀쭉할’ 때도 있었어요. ‘네 가지’에서의 소재는 저희 매니저를 비롯해 주변 뚱뚱한 분들의 제보로 이뤄져요.”

그는 뚱뚱하지만 코미디언 이용식, 고 김형곤처럼 말로 웃기는 개그맨을 존경한다.

“돼지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개그맨으로서 연기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모로만 웃기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춘천에서 태어난 김준현은 경기도 광명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나운서를 하다 KBS 국장까지 지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김준현은 대학을 졸업한 2005년 대학로 소극장에 지망생으로 들어가 힘든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지금의 연기력도 2년이 넘는 연습생 생활을 통해 쌓인 것이다. 2006년 KBS2 <폭소클럽>을 통해 방송에 데뷔한 그는 결국 같은 해 공채 22기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마침 지금 연출을 하시는 서수민PD님이 당시 <폭소클럽2>를 연출하셨는데 어느 날 녹화를 펑크내고 숨어버렸죠. 지금 그 말씀을 드리면 ‘그랬었니?’하면서 쿨하게 웃어주세요. 서PD님이 콩트를 잘 살리는 연기자를 좋아하시는데 제가 그 스타일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데뷔 초 6명의 동기와 함께 연봉 150만원을 받으며 연습생으로 지냈던 김준현은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KBS2 <스펀지 제로> 고정패널, 광고 등 섭외요청이 이어진다. 하지만 꿈은 계속 그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뚱뚱한 캐릭터로 빼먹을 수 있는 연기를 다 빼먹은” 다음에 정극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개콘> 개그맨들은 일주일 동안 노력해서 최선의 결과물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요. 누구도 성의없이 연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도 사랑해주세요. MBC도 SBS도 잘 돼야 대한민국 코미디가 삽니다.”

그는 그의 말대로 ‘돼지 캐릭터’지만 결코 둔하지 않았다. 귀엽고 영민한 ‘돼지 캐릭터’였다.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낙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