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코바야시 카오루’

현재 유행하고 있는 많은 음식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음식의 조리법이나 맛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사람이 다양하게 받은 상처가 아물고, 서먹했던 인간관계가 개선되는 효과에 집중한다. 따지고 보면 이런 효과의 대부분은 이미 한 편의 만화에서 시작됐다. 아베 야로 원작의 만화 <심야식당>은 2007년부터 일본에서 만화로 연재됐고, 2009년부터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지금 방송 중인 많은 프로그램이 실제 이 <심야식당>의 주제를 많이 따르고 있다. SBS에서는 곧 황인뢰 연출, 김승우, 최재성 등의 주연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심야식당>하면 곧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64)가 연상된다. 그는 2009년부터 시작된 드라마 세 시즌에서 모두 주인공이자 청자인 ‘마스터’를 연기하고 있으며 오는 18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극장판 <심야식당>에서도 그 역할을 이어 연기한다. 왼쪽 눈에 난 정체불명의 칼자국과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문을 여는 독특한 영업시간 그리고 메뉴는 단출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메뉴는 되도록 만들어주는 독특하고 미스터리한 영업방식으로 그는 극중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8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시사회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영화 속 ‘마스터’처럼 그 역시도 담백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해 6년 째 ‘마스터’를 연기하고 있다.

“당연히 드라마 작품에는 프로듀서가 있다. 그가 TV에서 심야방송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 영화화는 처음부터 구상한 듯 했지만 자금의 문제로 TV 시리즈만 세 편이 만들어졌다. 영화화에 6년이 걸렸는데 이는 전적으로 프로듀서 집념의 결과다. 영화를 완성하니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이 다행스럽다. 시간이 짧았다면 지금처럼 숙성되진 않았을 것이다.”

- 극중 다양한 요리를 한다. 직접 다 조리법을 배웠나.

“작품에 등장하는 카레라이스, 마(麻)밥, 계란말이 등 조리법을 모두 익혔다. 물론 영상에 따라 요리를 시작하는 장면, 조리 중인 장면, 마무리하는 장면들을 따로 찍기도 했지만 모든 음식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 이 작품이 범 아시아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그리고 무뚝뚝한 마스터의 캐릭터가 두드러지는데.

“영화를 만들면서도 이런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스터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그 뒷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역할일 뿐이다. 조언도 참견도 하지 않고 거리를 두니 자연스럽게 무표정일 수밖에 없다. 물론 손님에게 친근한 가게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바텐더가 흔히 ‘기색을 감춘다’는 표현을 쓴다. 마스터는 그런 요령을 잘 알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아는 사람이다.”

- 작품에 등장하는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뭔가. 그리고 한국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은?

“영화에서는 ‘나폴리탄(계란을 철판에 깔아내는 면 요리)’ ‘마밥’ ‘카레라이스’가 나오는데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돼지고기에 야채를 곁들인 스프인 ‘톤지루’다. 한국에서는 부산에서 먹었던 ‘아귀찜’이 가장 인상 깊었다.”

- 한국에서도 ‘힐링’ ‘음식’ 등의 코드가 유행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사람이 죽는다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연인과의 이별, 아버지나 형제 그리고 친구와 헤어지는 사연을 겪은 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수많은 일들이 우리의 곁에서 일어나고 이런 것이 진정한 드라마라고 본다.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소박한 식당에서 위안과 치유를 받고 인생을 다시 출발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한다. 실제 일본에서도 작품이 소개된 이후 ‘자정 이후 술 한 잔 할 수 있는 이런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많이 받았다. ‘심야식당’을 찾은 손님의 기분으로 영화를 즐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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