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승훈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릴 적부터 농구선수로 활약하며 ‘농구 천재’로 인정받았다. 스물한 살까지 말이다.

첫 정식 대회 나가기 3일 전 손이 부러진 그는 아버지에게 농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부상이 많아서 수술을 4번이나 했어요. 그러다 결국 관뒀죠. 십수년을 농구 선수 하나만 꿈꾸며 달려왔는데 막상 그만두니 막막하더라고요.”

오승훈은 우연한 기회에 배우로서 적성을 찾았다.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그는 배우를 택한 이유부터 영화 <메소드>(감독 방은진) 주연을 맡기까지 6년의 시간을 회상했다.

■‘농구공 놓고 무대로’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에요. 하지만 막연한 동경은 갖고 있었죠. MBC <뉴하트>란 드라마를 보고 배우란 직업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농구를 관두면서 자연스럽게 그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뭔가 내면에서 폭발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는 그다. 이유는 어릴 적 소심한 성격에서 찾았다. 지금보다 20kg 더 나갔던 그는 늘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의기소침했다.

“조금씩 연기를 하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내가 드러나더라고요.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알게 됐죠. 정말 통쾌하고 희열을 느꼈어요. 그 때부터 연기를 진지하게 대하게 됐고요.”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았다. 준비만 6년이 걸렸다.

“직업이 배우인데 연기는 안 하고 아르바이트만 하는 제가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연출 공부하는 친구들의 단편 영화에 자주 출연하면서 경력을 쌓았어요. 진짜 오래 준비했죠.”

그러다 운명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연극 <렛미인> 출연자 모집 공고가 붙은 직후였다.

“경쟁률이 600대1이었어요. 그때 전 연극 용어 하나도 몰랐는데, 영화 원작을 보고 무조건 그 작품을 하고 싶더라고요. 한여름에 진행된 오디션에서 털모자, 무스탕 점퍼 등을 입고 장난감 칼을 준비해 연기했죠. 심사위원들이 다들 ‘뭐하냐’며 웃더라고요. 근데 개의치 않고 연기했어요. 그게 통했는지 결국 무대에 오르게 됐는데, 제겐 그야말로 ‘배움’ 그 자체였어요.”

■“제 화두는 ‘사랑’, 아직도 어려워요.”

최근 개봉한 <메소드>에선 첫 주연을 맡아 박성웅과 연기 대결을 펼쳤다. 신입답지 않은 연기력은 그를 단숨에 주목받게 했다. 아찔한 키스신까지 소화해내는 천연덕스러운 면에 모두들 놀랐다.

“박성웅 선배가 많이 도와줬어요. 키스신 찍기 전엔 ‘나만 따라와’라며 보듬어주기도 했고요. 정말 따뜻한 분이에요. 좋은 선배죠. 제게도 ‘넌 꼭 될거야. 다만 그 때 목에 깁스 차면 그대로 부러뜨린다’며 농담처럼 자신감을 심어줬거든요. 그렇게 말해줄 선배가 얼마나 있겠어요?”

박성웅과 연기하며 그에게도 꿈이 생겼다. 선배 배우들에게 인정받는 후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속이 빈 채로 스타가 되면 어딜 가도 자꾸 눈치만 보고 불편해질 거에요. 그래서 전 제가 가진 것만큼만 올라가고 싶어요. 또 선배들과 치열하게 연기에 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배우도 되고 싶고요. 그럴려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인간 오승훈’의 고민을 물었다. 금방 답이 돌아왔다.

“‘사랑’이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관계를 맺는 것 하나하나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할 때 일적으로도 시너지 효과가 나고, 그게 아니면 누구보다도 힘들어 하거든요. 참 어려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