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묘하고 이상한 드라마는 안 그래도 큰 품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지만 방송 이후 더욱 그 그릇이 커졌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10배 이상으로 뛰었다는 흥행 이야기를 빼고라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 배우 박은빈의 열연, 주변 인물의 이야기에 대한 연출자의 세련된 윤색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법정물에 녹여 넣는 작가의 솜씨까지 많은 부분이 화제가 됐다.

그런 만큼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현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기만큼이나 떡밥(극의 실마리)과 담론 그리고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선 그 안에서 생기는 논쟁도 있다. 드라마의 산파 역할을 한 연출자 유인식 감독과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가 공식 석상에 섰다. 26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어선 1시간 40분에야 끝났다. ‘우영우’를 만든 사람들에게 듣는 ‘우영우’. 일문일답으로 정리한다.

-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는지?

유인식 감독(이하 유): “당연히 이렇게까지 사랑받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많이 알려지지 못한 채널에서 방송이 시작됐고, 소재가 대중적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음식으로 따지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 않나.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열화와 같은 반응일지는 몰랐다.”

- 주인공 우영우의 자폐인으로서의 행동을 패러디하는 이들에 의해 논란이 있었는데.

유: “그런 사례가 있다는 말도 들었고 걱정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봤다.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편하지 않은데 아마 따라 했던 분들이 자폐를 비하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니실 거라 생각한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정 순간만 보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감수성은 변하고 있기에 희화와 패러디를 따로 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박은빈과도 조심스러워 했던 것은 캐릭터나 연기는 극 바깥에서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주의하고 있다.”

- 이전 작품 ‘증인’의 자폐소녀 지우의 성장이 우영우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문지원 작가(이하 문): “드라마의 시작은 3년 전 어느 날,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PD들이 찾아와 ‘증인’을 잘 봤다고 하시며 김향기 역의 지우가 변호사를 꿈꾸는데 성인이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보냐고 물어오셨다. 그러면서 16부작 드라마화 가능성을 물어보셨는데, 가능할 것 같고 제가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든다. 지우의 성장이 영우가 아니라 평행우주처럼 우영우 드라마를 어디선가 지우가 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은 든다. 캐릭터의 구상은 스릴러 장르를 구상하다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사를 시작했는데 자폐인들의 많은 특성 이를테면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윤리의식의 올곧음, 특정한 관심분야에 대한 지나치게 해박한 지식, 엄청난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이 자폐 스펙트럼을 통해 강화된 특성이었다. 이런 부분에 호감을 느꼈다.”

- 박은빈의 우영우가 집과 밖에서 김밥을 먹는 방향이 다른데,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지점은?

유: “의도한 것 같진 않다. 박은빈이 김밥을 먹는 장면은 많다. 꼭 먹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먹어야 할 때는 점심을 굶는 경우도 있다. ‘우영우 김밥’은 얇게 썰어 많이 먹을 수 있게 하기에 바깥 김밥이 두꺼워서 가로로 먹는 것일 수 있다. 현장에서는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장면이 없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보고’ ‘감탄하고’ ‘찍는’ 과정의 연속이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많은 의견도 있다. 우영우가 장애가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기에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

문: “사회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게 있다면 우리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드라마를 통해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우영우도 드라마를 위한 창작 캐릭터지만 개연성이 없게 디자인되는 것은 아니다. 자문 교수님께도 대본을 보여드렸는데 자폐인의 장점 중심의 접근이 마음에 드신다고 했다. 물론 이야기를 보시고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에서는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다.”

유: “시청자 반응 중에 울컥했던 것이 자폐인 아이의 어머니가 올리신 영상이었다. 자폐를 잘 그려도 속상하고 잘못 그려도 속상하실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영상을 보면서 자폐의 특성을 귀엽게 봐주고 매력적으로 봐줄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는 부분이 있다는 말씀에는 운적도 있었다. 실제 대부분 자폐인이나 자폐인의 가족들은 우영우 같지 않다. 그러므로 다채로운 생각을 가지실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은 천차만별의 모습이다. 우영우가 천재적인 능력이 있지만, 그 자체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단지 자폐인이 변호사를 하고 대형로펌에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다루는 이야기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주인공을 설정했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기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비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는 부분의 아쉬움도 산업이라는 드라마 안에서는 한 번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한계도 있는 만큼 우리 드라마를 통해서 자폐 연기자가 나와 진정성이 있는 대중성을 얻을 수 있는 길이 가까워지면 좋겠다.”(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