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묘하고 이상한 드라마는 안 그래도 큰 품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지만 방송 이후 더욱 그 그릇이 커졌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10배 이상으로 뛰었다는 흥행 이야기를 빼고라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 배우 박은빈의 열연, 주변 인물의 이야기에 대한 연출자의 세련된 윤색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법정물에 녹여 넣는 작가의 솜씨까지 많은 부분이 화제가 됐다.

26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과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들은 시즌제, 러브라인, 향후 관전포인트까지 시청자가 궁금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 궁금증에 답했다.(②에서 계속)

- 시즌제에 대한 생각은?

유: “아직 방송이 반밖에 나가지 않았다. 시즌제야 물론 좋지만, 성사가 되려면 사업적으로 일정으로 맞추는 건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없지만 ‘우영우 월드’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문: “자폐인 드라마를 써보라고 하면 창작자들은 자폐가 없이, 편하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놓고 관찰되는 자폐인을 보는 형식을 취한다. 이것이 나름의 도전과제였다. 우영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놓고 매개체 없이 소통하게 하자는 형식이었다. 이상하고 낯선 우영우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울고 설레고 성장하는 기적 같고, 마법 같은 체험을 주자고 생각했다. 드라마 전체가 다양성을 주제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서 동성애 커플 등 여러 특별한 사례도 자연스럽게 도입했다.”

- 박은빈의 캐스팅을 위해 1년을 기다렸다고 하던데?

유: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았다. 박은빈이 검토하고 어렵다고 했을 때도 그가 나오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가기 어렵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박은빈처럼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부담을 가질 정도로 쉽지 않은 배역이다. 대안이 없어 기다렸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

- 왜 박은빈이었나.

유: “대본을 읽었을 때, 지금은 박은빈의 목소리로 재생이 되지만 처음에는 우영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막막했다. 양도 양이지만 대사하는 방식 등 배우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다. 대사의 양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배우가 가진 색깔이 온전히 캐릭터를 점유하지 않는 기본기와 집중력이 있는 배우는 흔하지 않았다. 또한 배역명이 제목이 되는 비중을 소화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서 누구나 납득할 위치에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 ENA라는 신생채널에 편성하는 모험을 뒀다. 그 이유와 향후 관전포인트는?

유: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제작사와 플랫폼 사이의 협상과정에서 채널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유로운 편성시간은 장점이었다. 또한 적극적인 팬덤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전반부에는 ‘우영우가 진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라면 후에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그릴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된다.”

- ‘외과의사 봉달희’ ‘낭만닥터 김사부’ ‘미세스캅’ 등 하나의 캐릭터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에 집중하는 이유는?

유: “우리나라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잠시도 정체하지 않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전작이 잘 됐으니 ‘비슷하게 가면 되겠지’하는 생각 안 통하는 국가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만나기 때문에 드라마의 색깔도 캐릭터에 좌지우지된다. 배경이 경찰서냐 병원이냐 로펌이냐에 따라 드라마의 속도감과 질감이 바뀐다. 결국 성패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느냐의 여부다. 그 캐릭터의 악전고투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수 있느냐의 여부다.”

- 시청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유: “우리의 에피소드와 창작 캐릭터에 혼신을 다하지만 정답도 아니고, 꼭 모든 이가 고민하는 답이 아닐 수 있다. 드라마의 한계지만 솔직한 답인 듯도 하다. 현실세계에서 논의되는 토론 과정이 있는데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비평에는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정답이 없는 문제들, 안 나왔던 소재의 드라마가 대중적인 반향을 낳으면서 생기는 일들은 만드는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겁지만 행복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 늘 사랑해주셨던 모습처럼 나머지 에피소드도 봐주시면 좋겠다.”

문: “순두부 계란탕 같은 힐링물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예민한 소재에 낯선 형식, 업계 형식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 구성 등이 있었다. 힘이 없는 신인이라 혼자 했다면 의도가 깎여나갔을 텐데, 유인식 감독님이 현장에 오시면서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좋은 떡밥이 있다면 각계각층에서 전문가적인 지식을 쏟아내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체는 관객이라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