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묘하고 이상한 드라마는 안 그래도 큰 품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지만 방송 이후 더욱 그 그릇이 커졌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10배 이상으로 뛰었다는 흥행 이야기를 빼고라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 배우 박은빈의 열연, 주변 인물의 이야기에 대한 연출자의 세련된 윤색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법정물에 녹여 넣는 작가의 솜씨까지 많은 부분이 화제가 됐다.

26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과 대본을 쓴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게 제기된 여러가지 담론에 대해 깊이있게 대답했다.(①에서 계속)

- 우영우의 자폐가 매력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설명을 더 해 달라.

문: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폐인이거나 지인이 자폐인이라면 드라마가 불편했을 것 같다. 이런 걸 만들어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공감한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우영우는 강점과 약점을 한 몸에 지닌 인물이다. 따라서 특별하게 드러나는 빌런(악역)이 없이도 우영우의 어려움은 자폐 그 자체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편견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자폐로 생기는 어려운 부분에 대해 안 다루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생각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다. 우영우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럽다기보다는 사랑스럽고, 씩씩하고 멋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끔 그렸다.”

- 넷플릭스의 순위도 높고, CNN에서는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걱정을 했다. 대사도 많고, 한국말이어야만 이해되는 말장난도 있다. 법률용어도 복잡했다.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재밌어서가 아닐까’라고 말하고 싶고. 창작자로서 재밌게 보인다는 것에 대한 심정을 알기에 뿌듯하다.”

유: “이러한 인기를 상상한 적은 없다. 신기한 건 전편이 업로드되는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니고 우리나라 편성과 같은 상황인데 해외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부분이 신기하고 놀랍다. 사람 사는 것이 어디나 다 비슷하다 싶기도 하고, 동시대 사람들이 비슷한 갈증과 고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오징어 게임’까지 될지는 잘 모르겠다.”

- 우영우가 고래에 애착을 갖게 된 설정을 한 이유가 있나.

문: “8회까지 대본을 쓰다가 우영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폐인들은 특정 분야에 빠져서 전문가적인 지식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공룡, 기차, 날씨, 자동차 등이 대표적인데 고래를 정한 이유는 멋있게 생겼고(웃음) 우리 드라마의 미장센을 풍성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1회부터 다시 넣을 곳을 찾았다.”

- 윤유선, 문상훈, 정석용, 구교환 등 회차마다 다양한 배우들의 등장도 볼거리다. 섭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했는지.

유: “작가님 대본을 보면 매회 게스트인데, 그 회의 주인공 분량이 있는 분들이 있다. 분량도 많고 대사도 많아서 중량감 있는 배우가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대본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할 만 한 배우를 찾는다. 이미지가 맞는 분이 있어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4회에 나온 동그라미(주현영)의 아버지는 바로 정석용이 떠올랐다. 그 얼굴에서 ‘동동삼’이라는 캐릭터의 이름도 떠올랐다. 9회의 방구뽕 역의 경우에도 구교환을 떠올리는 순간 다른 배우들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간곡한 섭외 끝에 성사된 케이스다.”

- 극중 우영우(박은빈)과 이준호(강태오)의 러브라인을 넣은 이유는.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려 했나.

문: “영우의 성장에 있어 사랑을 통해 다른 사람을 자신의 세계에 초대하고 같이 발맞추는 모습은 빠질 수 없다고 봤다. 어떻게 넣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순간이 소중하고 기념할만한 장면이 필요할 것 같아 회전문 장면 같은 것을 넣었다. 8회까지는 설레는 감정이지만 이후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들어간다. 준호 캐릭터는 강태오가 그런 말을 했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강아지를 산책할 때는 보호자가 줄을 잡는데 산책묘의 경우에는 한 발 뒤에 다가가면서 너무 크게 위험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 무릎을 쳤던 적이 있다.”

- 법정물로서 실제 판례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판례를 쓴 기준이나 과정은?

문: “에피소드물로 가기 위해서는 밀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여러작가의 집단 지성으로 처리한다. 혼자 해야 하기 때문에 밑천이 드러난다고 봐 실제 사건을 에세이 형식으로 쓰신 법조인들의 글을 모델로 했다. 전형적인 드라마치고는 양이 과하다. 감독님이 이해해주셨기에 극화할 수 있었다. 사례를 봤을 때 재미있고 반짝이는 부분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소나 다양성을 제공하는 소재인가도 중요했다.”(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