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선규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독 주연작을 내놓았다.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것도, 고향인 경남 진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더욱 큰 의미라고 했다.

“제가 태어난 곳의 이야기를, 게다가 주인공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금의환향하는 기분이에요. 고향에 있는 모든 친지, 가족들도 좋아해줬고요. 내 인생에 이런 기쁜일도 있구나 싶어 뜻깊어요. 단독 주연이라는 게 어깨가 무겁긴 하지만, 그런 롤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고요. ‘범죄도시’가 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배우로서 진선규가 성장하는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진선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카운트’로 관객들을 만나는 설렘, 실존인물인 박시헌 선수를 직접 만나 인생에 대한 묵직한 깨달음을 얻은 경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박시헌 선수, 만나보니 저와 90% 닮았더라고요”

‘카운트’는 1988년 편파 판정 의혹으로 링 위에서 내려와야만했던 비운의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실제 박시헌 선수를 만났다고 했다.

“외형적인 건 저와 100% 다르지만, 박시헌 선수의 내면은 90% 정도 닮았더라고요. 가족에게 힘을 얻는다던가, 그 힘을 발산해내는 끈기, 성실함 등이 제가 배우로서 꿈을 이뤄나가고자 했던 그 마음과 굉장히 닮아있었죠. 실패해도 딛고 일어서는 경험담에 크게 공감해서 이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시헌’이 아니라 진선규라고 해도 어울리다고 느낄 만큼 시나리오를 좋아했어요.”

영화를 본 박시헌 선수의 반응을 묻자, 처음 자신의 얘기를 영화화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고 운을 뗐다.

“자신에겐 너무 아픈 역사였으니까요. 만약 그때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땄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복싱을 계속 하면서 행복하게 꿈을 꾸고 살아갔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도 했죠. 이 영화가 나오면 다시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나봐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의 30년 속 모든 아픔을 잘 풀어내주고 씻겨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죠.”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배우 진선규’로서 살아갈 앞으로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다고도 덧붙였다.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의 실패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어요. 박시헌 선수가 복싱을 그만둔 뒤 고등학교 체육선생으로 들어가 다시 복싱부를 만들고 제자들을 양성해나가며 꿈을 이어간 것처럼, 저 역시 그렇게 산다면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 “데뷔 20주년, 지금도 똑같이 긴장되고 떨리네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하며 자신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냐고 하자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20년 전 첫 공연했을 때와 똑같이 지금도 긴장되고 떨려요.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밥 한끼도 제대로 못 먹었고요. 첫 주연작이라 이렇게 떨리는 것 같은데, 다섯번째 주연작을 내놓는다면 조금은 편해지겠죠? 하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처럼, 20년간 열심히 해온 저에게 엉덩이 탁탁 쳐주며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 즐겁게 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무명 시절이 길었던 만큼 지금의 위치에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단역 시절 영화 촬영장은 제게 너무나도 큰 현장이었기 때문에 대사 한 마디를 해도 몇 시간 내내 혼자 읊조리기만 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만약 내가 주연이 되면 단역들 한 사람 한 사람과 대사도 맞춰보고 식사도 함께 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렇게 되면 배우끼리 더 친근해지고 연습도 한 번 더 맞출 수 있게 되니까요. 그런 팀워크가 오롯이 영화 안에서 빛나기도 해요. 제가 아무리 열연하더라도, 그들이 채워나가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범죄도시’ 촬영 당시 그 생각을 이행했는데, ‘내 생각이 맞구나’ 증명됐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똑같이 했고요. 제가 리더십이나 추진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 겪었던 오나라, 고창석과 호흡 맞춘 현장이라 더욱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십수년 전부터 같이 꿈꾸고 연기했던 선배들이라 현장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오나라 선배도 ‘선규야. 넌 정말 잘하는 애야. 우리 꼭 영화에서도 만나자’라고 말했고, 고창석 선배도 늘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줬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애교 아닌 애교도 부리며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