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이자 방송인 기안84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두 번째 시즌도 단 2회 방송 만에 화제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집계된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시청률 수치에서 그 전날인 18일 방송된 ‘태계일주 2’의 2회 방송은 수도권 기준 6.5%(이하 동일업체)를 기록했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2049 시청률에서는 수도권 기준 3.3%로 동시간 방송하는 ‘미운 우리 새끼’나 ‘마이 리틀 히어로’를 제치고 일요일 예능 중 1위에 올랐다.

전국시청률로 따져도 2회가 5.8%로 지난해 방송된 첫 시즌의 최고 수치 5.2%를 넘어섰다. 프로그램은 1회 방송 후 OTT 통합 검색 및 추천 플랫폼인 ‘키노라이츠’의 영화·드라마 통합 랭킹 톱20 중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태계일주’의 형식은 그동안 나왔던 여행 예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웹툰작가 겸 방송인으로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고 불리며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각종 기행을 보여준 기안84의 캐릭터를 확장해 세계의 각국에 그가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분히 기안84의 캐릭터에 기댄 기획이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하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지상파에서도, 유튜브 등 뉴미이디어 콘텐츠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행 예능의 홍수시대인데다, 많은 시청자들이 비슷비슷한 여행 프로그램에 지겨움을 드러내고 있지만 ‘태계일주’에는 예외인 이유다.

일단 ‘태계일주’에는 ‘예쁜’ 여행은 없다. 일반적인 여행 예능에서 보여주는 해외의 절경이나 관광지, 예쁜 리조트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남루한 현지인의 집이나 소똥이 득시글한 도시의 뒷골목, 한화로 5만원 남짓한 좁은 숙소 등이 나타난다.

이는 기안84의 성향에 기댄 때문인데, 그는 짐도 속옷 몇 벌을 빼고는 싸지 않고 숙소 역시 현지에 가서 구하곤 한다. 게다가 다른 곳에서 소개된 그 나라의 명소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교감하길 원한다. 그렇기에 볼리비아 안데스 산맥의 주민 포르피의 집이나 인도 바라나시의 야외 헬스장 등이 등장한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게다가 다른 문화나 종교, 자연 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악어가 있을지 모르는 아마존의 강물에 뛰어들고, 마찬가지 이유로 오수도 많은 인도 갠지스강에도 뛰어든다. 악어고기를 먹으려 시도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퍼질러 앉아 먹는 모습도 기안84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18일 방송된 시즌 2 2회에서는 바라나시의 마니까르니까 화장터에서 생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숙연해지는 기안84의 모습도 담았다. 항상 생의 밝은 면만 비추려 하는 여행 예능 속에서 ‘태계일주’는 그 그늘이나 어둠 또는 더 깊숙한 사색을 탐구하는 듯 보였다.

지상파에 없는 여행만 골라 하는 유튜브 여행 콘텐츠와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일단 드론 촬영을 통해 여행지의 스펙터클을 담는 모습이 먼저다. 남미의 산맥과 우유니 사막의 절경, 아마존의 모습 그리고 인도의 갠지스강에 배가 새까맣게 몰려든 모습은 드론촬영으로 일종의 경이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제작진은 기안84의 여행루트를 따라간 후 문물을 공부해 MC 장도연의 수첩을 통해 정제된 정보를 전한다. 상대적으로 체험에만 중점이 맞춰져 깊이가 부족할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다.

시즌 2에서 인도에 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누리꾼들은 기안84와 인도 위생이 맞대결하는 여행이라고 평했다. 이 말을 들은 기안84는 “대결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받았다. 어쩌면 이 선문답 같은 말이 ‘태계일주’의 정체성이 아닌지 모르겠다. 가슴 가득 받아들이되 깊이는 잃지 않는 이 여행기가 시청자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