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가수 이센스(본명 강민호·28)의 앨범이 수감 상태에서 발매될 예정이어서 논박이 예상된다.

소속사 비스츠앤네이티브스는 오는 27일 이센스의 정규 앨범 <디 애닉도트>(The Anecdote)를 발매키로 하고 10일부터 힙합플레이야,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지에서 온라인 예매에 들어갔다.

국내 가요계에서 가수가 영어(囹圄)의 상태에서 음반을 내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이를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센스는 지난 2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센스는 현재 흡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에 불복해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해놓고 있기도 하다.

가요계에서는 해당 가수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혹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상태, 그리고 형이 유예되는 집행유예 기간에서는 통상적으로 음반을 내지 않는 불문율이 있어 왔다. 형 집행이 끝나고서도 상당 시간 이른바 ‘자숙기간’을 따로 가져오는 경향이 있었다.

소속사 비스츠앤네이티브스 관계자는 10일 오후 스포츠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음반 발매에 따른 다양한 설왕설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그는 “수감 상태에서 음반을 내는 것이 부담이 되긴 한다”면서 “논란과 파장도, 이에 따른 (음반 판매상의)타격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속사의 입장은 뚜렷했다.

관계자는 “앨범은 지난 10월 작업이 완료돼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었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앨범 발매가 미뤄져왔다”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형량도) 길게나와 복역이 끝난 뒤 음반이 나오기에는 지금 이 음반이 갖는 음악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발매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힙합 팬들의 경우 가수의 수감 상태에서 나오는 이번 음반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되려 음반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10일 오후 국내 최대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인 ‘힙합플레이야’에서는 음반 발매를 고대하고 있다는 글이 60여건 달렸다. “떨려요”(아이디 와와**), “기대됩니다”(qwe**), “스토어가 이렇게 불타는 건 오랜만이다”(ka****), “날 가져요 엉엉”(oji***), “사랑해요”(ho***)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특히 “사인반(에센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음반)이 있을까”라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또 다른 네티즌은 “감방에서 사인을 어떻게 해요ㅠㅠㅠㅠ”라는 답글을 붙이며 그의 수감 상태를 언급키도 했다.

이번 음반 발매 강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인터넷 글에서도 어김없이 힙합 팬들의 항의가 발견된다. ‘hipk***’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센스는 도덕 선생도 윤리선생도 아니다”며 “누구한테 피해준 것도 아니고 음악 좋으면 그냥 들으면 돼 뭔 말이 많아”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juno**’라는 네티즌 역시 “발매에 대한 판단은 팬도, 매스미디어도 아닌 뮤지션 본인의 몫이자 재량”이라며 “언론을 포함해 나머지는 모두 3자”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앨범 발매는 가수 이센스가 직접 강행 의지를 피력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사 관계자는 “많은 스태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반이고, 팬과 회사, 투자자 등의 입장도 함께 고려됐다”면서 “앨범 발매를 미룰 수 없다는 뜻을 이센스에게 전달했고, 그 역시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가수가) 원치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나온 음반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회사는 인디 음반사로 음악적 측면을 고려해 지금 나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시각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소속 가수가 감옥간 것을 활용하는 소속사가 어디 있나”면서 “(감옥에)안갈 수 있으면 안 가게 하고 음반을 내는 것이 최선 아니었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