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의 주장을 세련되게 펼친 코페르니쿠스와 달리 주변을 싸그리 무시하고 혼자 잘났다는 듯이 들고 일어난 갈릴레이, 그렇다고 해서 갈릴레이가 완전무결한 지동설을 주장했다면 그냥저냥 봐주고 넘어갈 수 있는데,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에 너무 집착했다.

“흠, 아무래도 코페르니쿠스 형님의 지동설을 실증하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 형님 학설을 100% 완전하다고 주장해야 겠지?”

여기서 갈릴레이는 학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게 되는데…

“행성은 원형 궤도로 움직인다!”

정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다. 이미 갈릴레이 이전에 케플러가 행성은 타원형 궤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표한 상황. 행성이 타원형 궤도로 움직인다는 발표를 갈릴레이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코페르니쿠스 학설을 지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원형궤도를 주장하게 된다. 자, 문제는 이제부터인데, 계속해서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이를 보며 교회측은 여기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놓게 된다.

“그러니까, 목성궤도에 위성이 보인다? 그거 착시현상 아니야? 태양이나 달 보면 무리끼잖아? 달무리 같은 거…그런 시각적 착각이 아니면, 단순 반사가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보거든? 우리가 덮어놓고 천동설을 주장하는 건 아니거든, 네가 그렇게 자신하면 증거를 우리한테 보여줘. 줄기세포 있다고 말만하지 말고, 스키드 마크를 보여주던가 유전자 감식결과를 보여달란 말이지.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만 보여주면 우리도 지동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할게. 오케이? 아유 언더스탠드?”

보면 알겠지만, 이 당시 교황청 관계자나 교회 측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지동설에 접근했었다. 덮어놓고 종교에 미쳐서 갈릴레이를 ‘화형 시키자!’ 그렇게 접근한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근거를 내놓아라, 확실한 근거만 있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위인전에서 본 내용과는 상당부분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지 않는가?

여기에 대해 갈릴레이의 답변은,

“음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금성인데…만약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태양과 금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면, 금성은 언제나 초승달이어야 하거든? 근데 금성은 초승달, 반달, 보름달처럼 계속 모습이 변해. 이것만 봐도 지구가 고정되어 있다는 게 구라란 게 확인되지 않냐?”

갈릴레이의 증거는 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릴레이는 계속해 천주교 신자들의 성질을 긁는 발언들을 하게 된다.

“아니 말야…왜 그렇게 못 믿는데? 바보 아냐? 내가 증거 다 보여준다니까! 언제까지 성경만 볼래, 엉?”

결국 천주교 신자들이 폭발했다. 1605년 피렌체의 성 도미니크회 수도사들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교황청에 고발했던 것이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자, 그럼 교황청의 반응은 어땠을까? 얼싸좋다 하고 갈릴레이를 종교재판에 회부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소기각이야! 갈릴레이가 나름대로 증거가 있다고 하니까, 그 증거를 확인하면 될거 아냐?”

이 당시 교황청의 신세대 사제들은 지동설에 대해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시대에 따라 교회도 변해야 한다! 확실한 근거와 자료만 있다면 지동설을 받아들이는 게 옳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갈릴레이는 자신이 종교재판에 회부된줄 알고 당시 성청(교황청의 이단 심판청)의 심판위원장인 벨라르민 추기경에게 잘 봐달라고 편지를 보냈는데, 이에 대해 벨라르민 추기경은,

“뭐, 학자가 자기 이론을 주장한다는 건 학문발전을 위해서 좋은 거지. 지동설을 입증할 만한 완벽한 논리와 확실한 증거자료만 제출하면 한번 전향적으로 지동설을 검토해 볼 테니까, 더 연구해서 완벽한 증거자료를 제출해 보라구!”

그랬다. 이 당시 교황청은 지동설에 대해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문제는 말이다. 이때까지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갈릴레이는 완벽하게 지동설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틈나는 대로,

“내 말이 맞다니까! 왜 멍청하게 천동설 따위를 믿는 거야? 와, 미쳐버리겠네! 전부 바보들 아냐? 네들 머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니?”

천재의 기벽이라고 해야 할까? 그는 언제나 주변의 학자들을 무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은 꿋꿋하게 그의 증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런 인내도 한계가 찾아온다. 1616년 교황청은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이 담겨 있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이단으로 몰아가려 했다.

“봐봐, 갈릴레이가 증거를 안내놓잖아! 확인되지 않은 가설을 내놓을 순 없잖아. 안그래?”

그랬다. 갈릴레이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황청이 지동설에 대해 편향적인 시각만 가진건 아니었다. 소장 추기경들이 반론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코페르니쿠스를 이단으로 모는 건 심합니다! 에…또 학문이라는 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하는 게 아닙니까? 지동설도 하나의 가설로 보고, 좀 더 연구해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이단으로 모는 건 좀 심하구요. 금서 정도로 합시다. 그리고 몇 가지 문제가 되는 단락만 수정하면 대충 출간할 수 있도록 합시다.”

그랬다. 뭔가 상황이 역전된 느낌 들지 않는가? 교황청이 훨씬 더 이성적이란 느낌 들지 않는가?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옳다고 선언한지 10여년이 지났건만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교황청은 열린 사고로 갈릴레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히스토리 ‘그래도 지구는 돌까?’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