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사람이 변한다는 옛어른들의 말이 실감이 났다. 코미디 영화 ‘쏜다’(감독 박정우, 제작 시오필름)의 개봉(15일)을 앞두고 1년 만에 만난 톱스타 감우성은 한결 여유로웠다. 속내를 내비치기 싫어했던 예전과 달리 살갑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애처로운 소시민을 연기한 ‘쏜다’를 통해 자신에게 씌워진 베일을 걷고 진솔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Art(예술)=이제까지 쭉 대중 영화를 해왔는데 저를 예술영화 전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한가지에 매달리지 않고 이것저것 다해보고 싶어요. ‘쏜다’는 드라마 ‘연애시대’ 끝난 후 시나리오가 제일 재미있어 출연했어요. 웃음과 스릴, 재미뿐만 아니라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Bad review(나쁜 평가)=기자시사회 후 평가가 호의적이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관객을 5등분한다면 5분의 1 정도의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5분의 4에 기대를 걸어볼 밖예요. 언론이 그 나머지가 영화를 보러가는 데 막지만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름대로 충분히 재미있거든요.

Close(가깝다)=제가 소심한 박만수 역할, 김수로가 익살스러운 양철곤 역할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 캐스팅했겠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예요. 김수로는 술 담배 전혀 안 하지만 난 좋아해요. 그리고 김수로는 밤 10시가 통금인 반면에 전 제 마음대로죠(웃음).

Dance(춤)=워낙 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에요. 하지만 얼마전 제가 춤추는 아파트 광고에서는 제가 직접 췄어요. 그날 대역을 준비했는데 제가 예상외로 빨리 배우는 바람에 그분은 기다리다가 그냥 갔어요.

Easy(쉽다)=정말 이렇게 쉽고 즐겁게 촬영한 영화는 처음이에요. 스태프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정말 고생이 많았겠지만 배우로서는 일 자체가 힘든 적은 없었어요.

Friend(친구)=나이 들어 친구를 사귀는 게 힘든 것은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사는 우리쪽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이야기예요. 김수로는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장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희생할 줄 알고 끊임없는 에너지로 배우로서 자극도 주는 친구죠.

Hanryu(한류)=‘왕의 남자’와 ‘연애시대’가 일본에 소개된 다음 일본 아줌마 팬들이 사무실을 찾아서 선물을 주고 가곤 해요. 고맙죠. 작품이 좋고 상호 상승 작용이 있다면 외국 작품에 출연할 용의는 충분히 있어요.

Japan(일본)=얼마 후 드라마 ‘연애시대’ 때문에 일본에 가요. 저는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인기가 많은지 별로 실감하지 못했어요. 내가 안 오면 프로모션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해서 가게 됐어요. (쑥스러운 미소) 하지만 제가 가서 뭘 하겠어요?

Speed(스피드)=워낙 스피드는 즐기지 않아요. 집사람에게 혼나요. 영화를 찍으면서 카체이스 장면에서 스피드의 매력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좀만 더하면 맛들일 것 같았어요. 영화를 찍고난 뒤 지인이 프랑스 랠리에 참가해보면 어떻겠느냐 물어보더라고요. 집사람을 잘 꾀어 볼 생각이에요.(웃음)

Visit(방문)=부산에서 4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숙소도 호화롭고 경치도 아름다워 정말 좋았어요. 그러나 몇 달 동안 호텔에 갇혀 지내려니까 미치겠더라고요. 집사람이 몇 번 왔었어요. 바다에 딱 2번 나가봤어요. 4개월 될 때는 거의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Wife(부인)=일을 안 할 때는 모든 시간을 집사람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해요. 일을 할 때는 거의 만날 수가 없으니까요. 아이도 없는데 혼자 집에서 얼마나 적적하겠어요. 내 개인 생활보다 아내에게 비중을 두고 있어요. 주로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요. 올해에는 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요.

〈글 최재욱기자·사진 이석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