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가요계에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난 울프는 대중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제2의 싸이’를 표방하며 ‘엽기 가수’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가, 드디어 가면을 벗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속내까지 완전히 ‘까발리겠다’는 그를 ‘스포츠칸’이 불러 앉혔다.

“본능에 충실해. 남자는 다 늑대야.” 음흉한 눈빛을 보이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순수함이 먼저 드러나는 신인가수 울프. 본명은 김훈이지만 ‘남자는 다 늑대’라는 이유로 울프라는 예명을 쓰기로 했다. 본능에 충실하게, 엔터테이너의 본분을 살려 재미있고 즐겁게 활동하겠다는 나름의 이유를 담고 있다.

79년생이니 데뷔가 좀 늦은 편이다. 2003년에 가수 이효리가 출연한 ‘산사춘’ 등 CF 경험이 있고 그 전에 연극 ‘행복한 당신’과 ‘뉴햄릿’으로 무대 공연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가수로 데뷔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4년간의 트레이닝 기간이 있었다.

“긴 준비기간을 보내며 한순간 답답한 마음에 가출(?)을 했었어요. 3개월간 지방의 클럽에서 일용직 DJ로 살았고, 대리운전으로 용돈을 벌기도 했죠. 그 경험이 녹아 든 공감의 얘기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드릴 거예요.”

스스로를 ‘엽기가수’라 칭하는 울프는 선배가수 싸이를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가수는 선망의 대상이니 잘나고 멋있게 보이고 싶을 법도 한데 ‘나 하나 망가져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겠다’는 프로정신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싸이처럼 음반 프로듀스도 직접 했다. 흥겨운 분위기에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흔들어봐’는 울프가 어떤 가수인지를 보여주는 곡이다. 타이틀곡 ‘한 사람’은 여복 없는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얘기로, 뮤직비디오가 한편의 코믹드라마 같다. 개그맨 박슬기가 여고생 싸움짱이자 첫사랑으로 등장하고, 울프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흠씬 두들겨 맞는 열연을 펼쳤다. 피에로의 웃음은 눈물을 먹고 영그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기에 힘든 줄도 모른다. “노래는 예쁘고, 랩은 거칠지만, 얼굴로 웃기는, 그러면서 본능에 충실한 가수요. 백만가지 다양한 표정에 인생의 백만가지 재미를 담아서 보여드릴게요.”

〈글 조상인기자·사진 이석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