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규모와 거대한 볼거리들로 무장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7일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시작으로 24일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 31일 곽경택 감독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 200억 규모…만주벌판 열차습격 ‘압권’ -

▶‘놈놈놈’의 만주 벌판의 대추격신=‘놈놈놈’은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지도 한 장을 두고 열차털이범 태구(송강호)와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 현상금 사냥꾼 도원(정우성)이 벌이는 각축전을 그린 ‘만주 웨스턴 무비’. 2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든 만큼 러닝타임 내내 규모가 큰 액션신들이 등장한다. 그중 백미는 영화 도입부의 만주 벌판의 열차 습격 후 추격신. 우연히 손에 쥔 지도를 두고 세 남자가 처음 맞붙는 장면인데 영화 속 설정은 만주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중국 둔황이었다. 열차에도 많은 돈이 들어갔는데 앞부분은 중국 철도회사에서 빌렸고 뒷부분은 특수 제작했다. 또한 정우성이 탄 스위스 경주마 등 수십마리의 말들이 둔황으로 긴급 공수됐다. 15분이 안 되는 이 장면을 위해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외에도 전북 정읍 부지에 지어진 ‘귀시장’ 세트 액션신도 탄성을 자아낸다.

- 山 전체 깎고 생생한 대규모 전쟁신 연출 -

▶‘님은 먼곳에’의 전쟁신=‘님은 먼곳에’는 1971년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남편을 찾기 위해 전쟁 한복판으로 뛰어든 여인 순이(수애)의 파란만장한 역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이 영화는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베트남 전쟁을 새롭게 조망하는 영화의 취지에 공감한 태국 정부와 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쟁 당시 베트남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대규모 전쟁신을 위해 산 전체를 깎고 1971년 사이공 시티를 재현하기 위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전체를 통째로 개조했다. 그리고 수백명의 태국군이 직접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것은 물론 진지를 직접 쌓아주고 총기류도 대여해주었다. 또한 군부 내에서 실탄 사격 소리도 녹음해 더욱 역동감 넘치는 전쟁 장면이 완성됐다.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200억원이 넘게 들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 덕분에 이감독은 예정된 제작비보다 더 적은 액수에 촬영을 마쳤다.

- 도심 車추격전…생수통 1500개 와르르 -

▶‘눈눈이이’의 카체이스신=‘눈눈이이’는 천재적인 지능범 안현민(차승원)과 백전노장 백반장(한석규)이 도시를 배경으로 펼치는 대결을 그린 도시 범죄 액션물이다. 서울과 제천에서 할리우드 범죄물에서나 볼 법한 아찔한 카체이스신을 촬영했다. 제천 일대를 전면 통제하고 촬영한 추격전은 규모면에서 압권이다. 대형 생수통 1500개를 실은 2.5t 트럭 2대가 엄청난 스피드로 질주하다가 자동차, 버스 등과 충돌해 8차선 도로에 생수통을 쏟아내는 장면은 생생한 박진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촬영 기간만 20여일, 동원된 차량 100대, 완파된 차가 10여대나 된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 사거리 추격전이 이에 못지않다. 안현민 일당이 중앙선을 넘나들고 버스와 승용차 사이를 누비며 펼치는 추격전이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