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심상치 않다. 호황을 누리던 3, 4년 전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던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줄줄이 적자구조에 빠져들었고, 이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아예 접거나 서서히 그 규모를 줄여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체가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고, 일부 기획사에선 톱스타급 연예인과 수익분배 비율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자본’과 ‘스타’의 충돌이 시작됐다.

한 유명 기획사는 모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는 계약 조건 때문에 연예인들의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최근 소속 연예인들에게 회사가 제시하는 수익분배 조건으로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으려면 회사를 떠나라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일부 연기자는 재계약을 추진하고, 일부 연기자는 소속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 여자 톱스타의 경우 계약금 7억원에 수익분배 비율이 10(회사):90(연예인)인데 회사 몫인 10%에서 모든 경비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톱스타라 그런지 씀씀이가 워낙 많아 적자가 누적되자 회사 대표가 과감하게 시정을 요구해 긍정적인 결론을 얻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남자 톱스타에게도 이와 비슷한 주문을 했지만 이를 고깝게 받아들이며 불만을 표출하는 바람에 심각한 갈등관계에 있다”고 전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심각한 상황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모 톱스타와 10년 가까이 지내온 한 매니저는 “얼마 전에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 3년 전과 똑같은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직접 사업체를 차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눈 먼 돈’이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우리처럼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소속사 없이 어정쩡하게 활동하고 있는 스타급 연예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매니저도 “요즘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미래가 불안해진다.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을 당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실제 그런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덧붙였다.

몇년 전 증시에 불어닥친 엔터테인먼트 열풍을 타고 막대한 자금을 스타들에게 쏟아 부었던 대형기획사들이 3, 4년의 계약기간을 끝내고 실적을 결산해 본 결과, ‘희망’이 없는 적자구조로 드러나자 과감한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를테면 거액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푼돈을 거두는 격이라든가, 스타급 연예인과의 불리한 계약 조건으로 돈이 안되는 사업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든가, 겉만 화려할 뿐 실속은 없다든가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실체를 뒤늦게 파악하고 처방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한류’ 바람과 함께 연예산업이 급성장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자금이 경쟁적으로 유입됐고, 스타들의 영입경쟁이 가열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스타급 연예인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불리한 계약의 결과는 참담한 실패작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추락은 무분별한 외부자금의 유입, 스타들의 과도한 욕심, 사업자간의 과당경쟁이 불러온 ‘예견된 비극’일지 모른다. 뒤늦게 스타와 자본(소속사)의 한판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분위기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업계가 위축되면서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적자구조와 투자심리 위축이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 대중음악, 영화, 매니지먼트, 외주제작 등 전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언제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