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메이저리그 대표 포수 마이크 피아자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이탈리아계 이민 3세로 아버지의 국적을 따랐다. 세인트루이스 투수 마크 멀더 역시 부모의 나라인 네덜란드 대표로 뛰었다.

혈통주의를 인정해, 서류상 국적이 아닌 부모의 국적 가운데 선택해 출전할 수 있는 WBC 규정 때문이었다.

백차승(28·샌디에이고)이 2009년 WBC 1차 엔트리에 포함된 이유도 같다.

2005년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백차승은 엄밀히 따지면 미국인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는 피아자처럼 백차승 역시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다. 원한다면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외국과 달리 병역 의무로 국적 문제가 민감한 터라 백차승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감독은 “일단 연락이 안돼 본인 의사를 듣지는 못했다. 2일 통화될 것으로 본다”며 “전해들은 얘기지만 백차승이 여론을 의식하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조국을 위해 나와서 열심히 해주면 그동안 비난받은 것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차승은 부산고 3학년이던 98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을 요청한 뒤 ‘태업’을 이유로 영구제명당했으나 2004년 해제됐다.

백차승과 함께 눈길을 끈 발탁은 이승엽(32·요미우리).

이승엽은 팀과 관련, 일찌감치 대표팀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일단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최종엔트리 제출일까지 어떤 변수가 생겨 출전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이날 발표된 1차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 교체 멤버로 엔트리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승엽이 대표팀에서 빠진다는 것을 기술위원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단은 45명 엔트리에 넣고 얘기하자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요미우리 구단 측에 이승엽의 차출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