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제작자 고영재 PD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디어액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근 수익률 배분에 관련된 기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람을 둘러싼 비난여론이 잇따르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고PD는 최근 한 언론매체에서 ‘수익금의 10%를 영화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에게 배분한다’는 기사가 나가자 “그런 인터뷰를 하거나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며 발끈했다. 또한 지난 주말 이 대통령이 영화관람 후 감독과의 면담자리를 가진 것을 두고 ‘정권의 퍼포먼스 들러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PD는 ‘워낭소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대박에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당황해하는 기색이었다. 시종 독립영화의 생명인 순수성이 왜곡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PD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워낭소리’의 흥행 성공이 이룬 의미가 평가되기보다 초점이 돈으로 모아지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선 수익금 배분에 대해 “수익금의 30%를 독립영화기금으로 내놓겠다”며 “최노인 부부에게도 기사에 나온 수준의 수익금을 드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언론과 고PD 간의 오해를 일정 부분 풀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내 아쉬운 것은 고PD의 왜곡된 언론관이었다. 그는 이날 “수익금 10%를 최노인 부부에게 배분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당초 주장과 달리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한 것이어서 기사화될 줄 몰랐다”면서 말을 바꿨다. 이전에도 그는 ‘워낭소리’ 관련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달아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글과 주장들에서 언론은 ‘돈과 가십에만 관심있는 속물’로 취급받는 느낌이다.

그간의 ‘워낭소리’ 기사들을 일별해 봤다. ‘독립영화가 거둔 기적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이었다. 영화기자의 입장에서 영화적 분석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뒤따를 정도였다. 대신 고PD가 그토록 우려한 수익률 배분이나 노인부부에 대한 기사는 극히 일부분이었다.

고PD가 모든 언론의 기사에 너무 일일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누구든 세상의 관심 속에 놓이면 이런저런 얘기가 생산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수익 배분이나 노인부부에 대한 관심 또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 편의 독립영화가 언론에서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아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또 100만명의 국민이 이 어려운 시기에 지갑을 열어 한 편의 독립영화를 응원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독립영화의 위대한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이제는 세상의 얘기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좀더 좋은 독립영화를 만들기 위해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나가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