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그스레 선홍색이 감도는 홍어회와 탁주 한잔, 그리고 뜨끈한 노계 한방닭곰탕이 쌀쌀한 산행의 심신을 후끈 녹여준다. 산은 어느덧 초겨울의 문턱에 있었다. 7부능선엔 초겨울 바람이 귀에 윙윙거린다. 그러나 아직도 산 아래는 막내이모, 옆집 누나가 벗어 놓은 월남치마처럼 그린, 옐로, 오렌지, 브라운, 다크브라운, 그리고 레드까지 현란한 시야를 만들어준다.

지난 주말, 도봉산 아래 먹자골목에 있는 ‘도봉산 그집’(02-954-6264)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왁짜지껄 환한 미소들이 입장객을 반겨 맞는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위치한 ‘도봉산 그집’은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등산복 할인점과 먹자골목이 형성된 메인스트리트 중간쯤, 버그하우스와 에베레스트 판매점 사잇길로 30여m 들어가면 된다.

“주머니가 얇은 산꾼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저렴한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도봉산 그집’의 주인인 김청만씨는 18세에 등산에 입문해 50년 가까이 산행의 내공을 쌓은 아마추어 산악인. 현재 글로발산악회의 고문인 그가 전국 산을 주유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본 결과 ‘산꾼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음식과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벽면은 백두대간 종주(1993년), 박명인, 서동면, 이병훈, 지만영, 황순영 등과 함께 한 한북정맥 종주(2003년) 등 50년 등산의 역사로 고스란히 채워져 있다.

“홍어는 숙성의 미학이 중요하지 흑산도산이 전부는 아닙니다. 칠레산 홍어지만 목포에서 원단으로 숙성시킨 것을 직송합니다.”

김 고문에 따르면 등산에서 많은 음주는 ‘과유불급’ 위험천만이지만 약간의 알코올은 혈액순환과 체온보호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홍탁과 더불어 하는 ‘천보일배’도 나쁘지 않다. 즉 1000보(약 500m) 갈 때마다 홍어 한점에 막걸리 한컵 정도를 마시며 원기를 돋우는 것이다. 술이 약한 사람이나 어젯밤 과음한 경우는 2000~3000보에 일배를 하면서 산길을 걸으면 막걸리 한통으로 웬만한 코스를 수월히 마칠 수 있다.

언제나 청년같은 미소를 띠며 정감 넘치는 대화를 해주는 김 고문은 지방에서 도봉산을 찾아오는 개인이나 단체를 위해 산행 가이드 봉사도 하는 등 ‘도봉산 지킴이’로 매일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