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 보험료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서민들만 죽으라는 얘긴가!"

이달 자동차보험료를 올린 손해보험사들이 다음달에 또 보험료를 올리기로 결정해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다음달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8%, 업무용은 2.3%, 영업용은 1.5%씩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또 AXA손해보험과 하이카다이렉트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다음달 각각 2.6%, 2.5% 올리기로 한 데 이어 중소형 보험사들도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는 평균 4% 정도 인상돼 불과 두 달 사이에 보험료가 7% 가까이 인상되는 셈이다. 이처럼 자동차보험료가 두 달 동안 연이어 인상된 적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보험료 추가 인상에 대해 교통사고 증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손해율이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중 보험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지난달의 경우 80%를 넘어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두 달 동안 연이어 보험료를 인상한 데 대해 반발이 거세다. 과일이나 야채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공공물가가 들썩거리는 마당에 자동차보험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업계는 지난달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서민들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사업비는 줄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는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설계사 수수료와 유지비·관리비 등에 지출된다. 따라서 보험료 중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이 보험료를 산출하는 기반이 돼 사업비가 적을수록 보험료가 싸지고 많으면 비싸진다.

문재우 신임 손보협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손해율 악화 등을 막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교통단속 강화와 '나일롱환자' 근절 등 사법당국의 협조를 부탁했다.

보험료 인상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협조를 부탁한 업계가 사업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부터 단행하는 셈이다. 지난겨울 손해율이 두 달 연속 80%를 넘어서자 금감원은 자구 노력 요구와 함께 손해율 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해율이 고작 한 달 80%를 넘자마자 자동차보험료를 즉각 인상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교통사고가 늘고 나일롱환자가 많아 손해율이 올라가면 경찰 등과 협조해 이를 먼저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보험료 올리기에 바쁜 업체나 이를 재빨리 용인한 금감원이나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