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양복 정장 차림으로 야구장에 나왔다. 그래서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16일 광저우 아오티구장 필드1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파키스탄전. 이색 야구를 원한다면 더 이상의 경기는 없었다.

감독으로 등록된 인물이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부터 이상했는데 경기 전 코치가 펑고를 쳐주는 것도 정상은 아니었다. 코치가 다른 참가팀과 달리 알루미늄 배트를 들고 거의 매번 풀스윙을 한다. 분명 외야를 향해 쳐대는데 타구는 내야부터 굴러 외야수가 한참을 기다렸다 받는 게 대부분이다.

파키스탄 선수들 또한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듯했다. 스파이크가 따로 없고, 배팅 장갑이 없는 선수도 많다. 

지난 13일 홍콩전에서 바지를 걷고 타석에 들어서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2번타자 무하마드 자와르가 또 사고를 쳤다. 

한국 선발 김명성(중앙대)의 변화구을 치기 위해 맨 손 타법으로 방망이를 힘차게 스윙한 결과, 공은 포수 미트로 그냥 보내고 방망이만 1루까지 시원하게 날려보냈다. 놀란 것은 투수가 아닌 1루수.

감독이 정장 차림인 관계로 항의 또는 선수 교체는 코치가 해야할 몫이다. 코치도 정통 야구인이 아닌 대사관 출신이라고 한다.

무시무시한 선수도 있었다. 세번째 투수로 나온 이산 울라 이산. 올해 24살의 이산은 키 190㎝에서 내리꽂는 최고 구속 147㎞짜리 직구로 한국 타자들을 위협했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탓에 3회에는 강속구로 강민호의 등을 그대로 맞혀 한국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산은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3이닝 8안타 10실점(6자책)이나 했는데 주위 평가는 좋았다. 허구연 아시아야구연맹 위원장은 “저런 선수는 국내 팀에 데려가서 연습생으로 키워봐도 좋을 것 같다. 훈련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렇지 나이도 어리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파키스탄의 야구 저변은 어느 정도일까. 

허 위원장이 파키스탄 관계자에게 두 차례나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국 야구선수가 2만50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되물어도 같은 대답. 알아보니 군대와 경찰 그리고 전력공사 같은 곳에 야구팀이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어느 수준으로 리그나 대회를 진행하는 지는 아직은 확인 불가다.

한국팬에게도 색다른 흥미를 던져준 파키스탄 야구. 4년 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