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노래 받으세요!”

지난 8월 인기 그룹 ‘비스트’ 멤버 윤두준과 용준형은 팀 공식 홈페이지에 노래 ‘아이 엠 어 맨’을 올렸다. 공짜 음원이 등장하자 홈페이지에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20만여 명이 다운 받았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소속사는 추가 다운로드 서버까지 확충했다.

비슷한 시기 인기 래퍼 버벌진트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내가 출연한)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다 보신 후 들으시라고…. ‘아마 난 바본가봐’.” 글 밑 주소를 클릭하면 노래 ‘아마 난 바본가봐’가 다운로드 됐다. 물론 공짜였다.

무료 음원을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홈페이지나 트위터 등을 통해 노래가 공짜로 뿌려지고 있다. 가수 제이켠, 남성그룹 방탄소년단, 걸그룹 라니아,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박재범 등 7~9월 10여 팀이 무료 음원을 띄웠다.

이는 일종의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 성격이다. 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의 반대말로, 지적 재산물의 활발한 공유를 추구한다.

25일 ‘독도의 날’에도 무료 음원 배포가 예정돼 있다. 가수 윤종신이 만든 ‘독도송’(가제)이 무료로 나온다. 윤종신이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의 활동에 공감해 재능기부한 것이다.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을 잇는 독도를 주제로 한 경쾌한 노래가 또 하나 등장할 때가 됐다는 주위의 제안을 윤종신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료 음원을 배포하는 까닭은 제 각각이다.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은 게 가장 일반적이다. 윤두준과 용준형은 그룹 ‘비스트’의 노래가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할 경우 “음원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아이 엠 어 맨’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이 밤새 작업한 버전의 음원이다. 제이켠은 엠넷 힙합 대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2>에서 ‘배드 보이’를 불러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보답 차원에서 프로그램 탈락 직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무료 음원을 게재했다.

최근 벌어진 힙합 가수들의 디스(Diss·랩으로 라이벌을 비판)전의 무료 음원은 하고픈 말과 이야기를 전하는 ‘메시지’ 형이다. 당시 힙합 디스전에 참가했던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양동근, 스윙스 등은 상대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곡을 무료로 내놓았다. 정식 음원 사이트가 아니라 트위터나 미니홈피 등을 통해 팬과 만났다. 이들 노래까지 합하면 20여 곡 이상 무료 음원이 제공된 것이다.

프로모션 성격도 있다. 여성그룹 ‘와썹’은 노래 ‘핫터 댄 어 섬머’를 알리기 위해 하루 동안 자사 홈페이지에 무료로 노래를 띄웠다.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팀을 알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박명수의 ‘아쿠아 파라다이스’, 악동뮤지션의 ‘행복한 세상’의 경우는 기업과 관공서가 자체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무료로 노래를 뿌린 사례였다.

이처럼 무료 노래가 늘어난 것은 노래를 만드는 작업이 과거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미디 장비와 가상 악기, 녹음 장비 등은 디지털 음악 제작환경의 발달로 크게 보편화됐다. 제작비는 내려가고 제작 기간도 짧아져 무료를 내는 데 가수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음악기획사 K스토리엔터테인먼트 강찬이 대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튜디오를 가지 않고 홈 레코딩 방식으로 집에서 연주,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고난도 작업까지 가능해졌다”면서 “상당수 가수들이 추가 제작 비용 없이 일기나 글을 쓰듯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무료 음원 유행의 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윤두준과 용준형의 무료 음원을 게재한 큐브엔터테인먼트 안효진씨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가수들이 팬과 소통·교류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또 “과거 가수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는 일도 흔치 않았다”면서 “사진과 동영상처럼 음악을 올리는 행위 역시 유희로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