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폐업 사태가 속출하는 등 소비경제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음료업계가 설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기습 인상’이다.

이를 두고 시장 내부에서마저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식음료 업체들이 매출 증대 복덩어리인 ‘효자 상품’의 가격을 올려 시장점유율을 지키면서 더 많은 영업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는 ‘원재료값 상승에 물류비가 올랐다’는 식의 대응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음료는 5일 일부 음료제품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격 조정 대상 품목은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칸타타, 게토레이 등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제품들이다.

제품별 평균 인상률은 칠성사이다 8.3%, 펩시콜라 6.6%, 칸타타 5.3%, 게토레이 5.2% 등이다. 모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치인 2.3% 대비 2배 이상이다.

글로벌 브랜드인 코카콜라도 6%를 넘는 인상폭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정확히 평균 6.5% 인상폭이다. 2012년 8월에 ‘콜라’와 ‘환타’ 등 주요 제품 41개 품목 대상 5~9%를 인상한 후 또다시 6%대 인상을 한 것이다.

2012년 단일 상품으로 연간 3500억대 매출을 일으킨 오리온의 초코파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격을 20%나 올려 12개들이 ‘초코파이’ 한 상자를 이젠 4000원 주고는 못 사 먹는다. 48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2012년 3분기 말에도 초코파이 한 상자 가격을 32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는데, 이를 합칠 경우 16개월 만에 약 33%나 뛰어오른 셈이다.

제과류 쪽에서는 해태제과가 주효 상품군에 속하는 ‘에이스’와 ‘홈런볼’ 등 모두 7개 제품에 대한 가격을 평균 8.7%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가격 인상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중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기존 빼빼로 삼총사인 ‘초코빼빼로’ ‘딸기빼빼로’ ‘하미멜론빼빼로’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제품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판매관리비가 급등하고 인건비·물류비 등이 올라 부득이하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상 단행 이유를 들어보면 업체마다 모두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코카콜라 측 고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의 80% 이상이 판매관리비인데, 이 부분이 매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원재료값은 제품 가격의 20%로, 매년 가격을 동결하고자 해도 판매관리비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올라간다”고 토로했다.

제품을 판매·유통·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코카콜라는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코카콜라유한회사’와 LG생활건강의 계열사인 ‘코카콜라음료주식회사’가 각각 코카콜라의 브랜드 관리와 제품의 생산·유통 분야를 나눠 담당하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대표 브랜드인 ‘맥심’을 판매하는 동서식품도 이러한 판매관리비가 제품 가격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대비 2배 이상씩 주요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른 판매가격 일부는 동서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는 미국 식품업체인 크래프트푸드에 배당금과 로열티로 나갔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업체든 이익을 많이 내려 한다.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며 “하지만 인기가 좋아 올려도 팔린다는 식의 판매 행위는 요즘의 국민정서를 외면한 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