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대체 어떤 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든다는가’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그 분야의 책을 더도 말고 딱 10권만 찾아 읽으라’는 것이다. 세상 그 많은 전문가들 중에 자기 분야 책 10권 이상 읽은 사람 찾기가 의외로 어렵다. 그러니 10권에 딱 1권 더 읽는다면 그 어떤 전문가보다 똑똑해질 것이다. 책은 반드시 사람을 뭔가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척척박사’로 만들어 줄 책들을 묶어 보았다.

지식이란 무엇일까? ‘체계화된 인식의 총체’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지식을 위해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식은 역사의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목적이 된다. 무엇인가를 더 알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호기심! 그리고 모든 책은 인간의 호기심을 근간으로 생산되고 존재한다. 그렇다면 가장 적극적으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책의 형태가 무엇일까? 바로 사전이다. 오늘은 우리의 가장 순수한 지식열망을 자극하는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백과사전들을 소개한다.

뭔가로 만들어 주는 책 10

1. 새 문화사전(정민 지음/글항아리) 옛 한시와 설화, 그림 속에 담긴 새에 대한 이야기. 문학과 조류학과 예술(미술)학이 만난다. 정민 교수는 우리 시대의 척척박사다. 수순한 독서열을 자극하는 인문예술서.

2.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알베르토 망겔, 자니 과달루피 지음/최애리 옮김/궁리) 아틀란티스에서 드라큘라 성까지, 미틀어스에서 바스커빌 저택까지, 오즈에서 나니아까지…. 세계 최고의 독서가 알베르토 망겔과 이탈리아 여행작가 자니 과달루피가 흥미로운 상상의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펴낸 이 책에는 상상 세계의 지리상 위치부터 지형, 생태, 역사, 사회, 제도, 풍습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3.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1000가지 사건(내셔널지오그래픽 지음/오승훈 옮김/지식갤러리) 머나먼 선사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인류의 발자취를 1000가지 사건으로 설명한 책. 정치, 사회, 문화, 풍속, 과학의 연대기.

4. 신 백과사전, 악마 백과사전 세트(전2권)(마이클 조던, 프레드 게팅스 지음/강창헌 옮김/보누스) 인류가 믿고 상상해 낸 신과 악마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신과 악마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다 있다.

5.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이철 지음/알마) 이 책은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비롯해 이익의 <성호사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 조선시대 백과사전에 실린 내용 가운데 현재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재를 골라 해설하고 있는 책이다.

6. 고사성어 백과사전(김원중 지음/민음사) 인터넷에서 다 찾을 수 있는 고사성어 사전이 왜 필요할까 싶겠지만, 책을 펼쳐서 한 번 읽어 보라. 생각과 글감이 쏟아진다. SNS월드에서도 리더가 되고 싶다면.

7. 마지막에 대한 백과사전(이안 해리슨 지음/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 이 책의 부제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마지막 사건, 사람, 사물들의 총집합’이다. 부제만으로도 확실하게 끌리지 않는가? 역사의 기념비적인 마지막 장면들, 영광 혹은 비극으로 끝난 최후의 장면들.

8.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었던 지식백과에 230개 이상의 새로운 항목들을 대폭 추가한 개정 확장판.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묘한 지식의 향연.

9. 글쓰기 표현사전(장하늘 지음/다산초당) 보고서든, 리포트든, 감상문이든, 편지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글쓰기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책.

10. 지식의 역사(찰스 밴 도렌 지음/박중서 옮김/갈라파고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편집자로 명성을 날린 찰스 밴 도렌의 역작. 출간 이후 ‘인류 지성사’에 관해 손꼽히는 교양서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고대 문명에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가장 위대한 혁신과 발견의 순간들을 보여주며, 역사 속 인간사회의 풍경을 시대별로 세밀히 포착해낸다.

+1 번외도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벤 루이스 연출/스페인·영국·독일 합작 다큐멘터리)

이번에는 책이 아니라 영화다.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 놓은 지구상 모든 지식을 한곳에 모아 보관할 도서관이 현재 건설 중이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진행돼 현재까지 약 1000만권의 책이 스캔·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저 거대하고 멋진 계획이기만 할까? 개인의 지식과 지성마저 권력에 관리되고 감시당할 수 있는 길도 함께 열린 것이다. 이를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문제적 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