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신차 ‘티볼리’ 출시 행사장에 낡은 신발 26개가 나란히 섰다. 세상을 떠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것이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10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A1 앞에서 해고자 전원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쌍용차 사라진 26명 26켤레 신발을 아는가?”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59)에게 쌍용차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이날 대책위원회는 2009년 정리해고 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마와 싸우다 숨진 26명의 해고자와 가족들의 신발을 한 줄로 세워 전시했다. 인도 속담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발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말라(Never judge someone’s feet until you put yourself in his/her shoes)”를 인용해 쌍용차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는 퍼포먼스였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 내 70m 높이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창근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실장은 자신의 트위터(@nomadchang)에 영어와 힌디어로 이같은 속담을 인용한 편지글을 써 마힌드라 회장에게 보낸 바 있다.

13일 퍼포먼스는 쌍용차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신차 발표회 때문에 열렸다. 티볼리는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뒤 42개월 동안 35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첫 신차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인도에서 마힌드라 회장도 참석했다.

앞서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X100(티볼리)을 내년 초 출시하고 연간 12만대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내년 말쯤 희망퇴직자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티볼리 판매 실적에 따라 복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가수 이효리씨도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티볼리가 잘 팔려 해고 노동자분들이 복직할 수 있다면 비키니라도 입겠다”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마힌드라 회장은 이날 한국과 인도,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결속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쌍용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번에 한국에 방문하며 두 가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왔다”고 밝혔다.

마힌드라 회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를 염두한 듯 “일시적인 장애물이 쌍용차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흔들 수 없다”며 “쌍용차를 위해 마힌드라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쌍용차 가족인 4500명의 직원들이 잘되도록 하고 그들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이번 방문의 첫 목표”이라며 “두 번째는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고 쌍용차가 세계 곳곳에 깃발을 꽂도록 하겠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09년 사티얌잉라는 회사에 투자했을 당시 회사의 경영진들의 비즈니스 스캔들로 우여곡적을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인도의 노벨문학상 작가인 타고르의 명언 ‘동방의 등불’이 쌍용차에서 실현될 것”이라며 “코란도안에 담긴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비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희망퇴직자뿐만 아니라 정리해고자도 복직 대상에 포함시킬지다. 또한 법적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7일 평택공장 내 70m 높이의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 2명을 상대로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고공농성에 하루 200만원을 물도록 요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