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대체 어떤 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든다는가’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그 분야의 책을 더도 말고 딱 10권만 찾아 읽으라’는 것이다. 세상 그 많은 전문가들 중에 자기 분야 책 10권 이상 읽은 사람을 찾기가 의외로 어렵다. 그러니 10권에 딱 1권 더 읽는다면 그 어떤 전문가보다 똑똑해질 것이다. 책은 반드시 사람을 뭔가로 만들어 준다.

걷기를 즐긴 사람들 중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세갈렌, 피에르 상소, 랭보, 스티븐슨, 그리고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 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여행을 즐겼으며, 걷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랑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걷기’란 단순한 육체적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의 걷기, 삶의 속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걷기, 자기 착취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기 위한 걷기, 육체가 정신에 베푸는 혜택으로서의 걷기…. 오늘 뭔가로 만들어주는 책 10+1은 ‘걷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걷게’ 만들어 주는 책 10

1. 걷기 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이 책에서 ‘인간은 걷기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찾는다’고까지 말한다. 이 책 역시 건강을 위해 걷기를 권장하는 책이 아니다. 삶의 예찬이요,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인간 인식의 예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걷기’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큼 걷기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끝없이 회자되는 산문이다.

2. 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걷기 예찬> 후 10년, 사람들은 이제 일부러 걷는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갈수록 번잡해지는 세상과 잠시간의 단절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만의 길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은 걷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지금,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걷는 즐거움에 대해 일깨워 주는 책이다.

3.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파리의 수많은 길을 샅샅이 걸어본 산책 전문가 정수복이 대도시를 떠나 아름다운 시골 마을 프로방스를 걸으며 써내려 간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프로방스에 매혹된 정수복은 그곳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고, 현재 예술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적인 동시에 역사적인 삶의 체험들이 녹아 있는 멋진 여행 에세이다.

4. 파리의 장소들 : 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정수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1980년대와 2000년대 두 번에 걸쳐 15년 넘게 파리에 살고 있는 저자는 파리의 거의 모든 길을 다 걸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파리의 수많은 장소들 가운데 16개의 장소에 중점을 두고, 그 장소들이 담고 있는 의미들을 찾아냈다. 자신의 전공인 사회학은 물론 문학, 예술, 철학, 역사학, 인류학, 지리학, 도시계획 등의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파리를 바라본다.

5.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 이재형 옮김 / 책세상) 프랑스 파리12대학의 철학 교수인 프레데리크 그로의 에세이다. 이 책은 ‘걷기’라는 인간의 행위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고찰한다. ‘걷기’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우리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걷기 위해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6. 산티아고 가는 길(세스 노터봄 지음 / 이희재 옮김 / 민음사) 시와 소설, 에세이와 여행기, 희곡과 평론, 샹송 작사와 번역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글을 두러 써 온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이 스페인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정제해 기록한 책이다.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돼 여행기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역작이다.

7. 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길 위의 문장들 : 대문호 12인의 걷기 예찬(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 윤희기 옮김 / 예문) 이 책은 위대한 작가 대부분이 열정적인 ‘걷기 애호가’였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걷기와 우리 존재와의 관계, 걷기의 일상성, 걷기와 상상력, 걷기와 문명의 시작 등에 관한 작가들의 사유를 묶어냈다. 자기성찰과 사유를 담아 걷기의 진정한 의미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위대한 문장가들을 사로잡은 영감의 원천이 다름 아닌 ‘걷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8. 걷고 느끼고 사랑하라-2014 우리 땅 걷기 세트[전2권](신정일 지음 /푸른영토) 저자 신정일은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전개해가고 있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다. 그는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마음에 새긴 고향·사람·예술이야기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와 그가 걸어온 한국 문화예술운동의 발자취를 담은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함께 담은 세트다.

9. 베네치아 걷기여행(조앤 티트마시 지음 /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소개한 책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이 도시는 좁고 어두운 골목길과 수많은 터널길이 있다. 이 책은 무척이나 화려한 대성당에서부터 도시의 작은 섬들을 연결하는 수백 개의 아기자기한 다리들, 관광 책자에 나오지 않는 고용한 골목길, 소박한 주택가에 이르기까지 베네치아 전역을 깊숙이 파고든다.

10. 존 뮤어 걷기 여행 : 존 뮤어 트레일에서 만나는 감동과 희열!(김영준 지음 / 북랩) 존 뮤어 트레일이란 환경운동가 존 뮤어(John Muir 1838~1914)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으며 미국 최고봉 마운틴 휘트니부터 요세미티 국립공원 해피아일스까지 이어진 구간으로 총 358㎞의 트레일 코스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풍경을 다 간직한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그 존 뮤어 트레일을 여행하는 방법을 쓴 책이다.

+1 번외도서

걷기 좋은 서울길 : 언제 걸어도 좋은 서울 산책길 50(최미선·신석교 지음 / 넥서스BOOKS) 조선왕조 궁궐을 구석구석 엿볼 수 있는 고궁길을 비롯해 빌딩 숲 속에 살포시 숨어 있는 오래된 한옥 골목길, 가난한 민초들의 애환이 서린 산기슭 달동네에서 아기자기한 갤러리 골목길로 변신한 이화마을 등 걷기 좋은 서울의 길을 소개한다. 이 기사를 보고 당장 걸어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