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그야>의 ‘명품남녀’에서 웃음 제조기로 인기를 모은 남정미.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책방 옆집 여자’로 더 유명하다. 개그 못지않은 서평가로서의 매력을 폴폴 풍기는 덕이다. 그녀 옆에는 ‘책방 옆집 여자의 남자’이기를 소원하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 함께한다. 자칭 ‘책방 죽순이·죽돌이’인 두 사람의 유쾌상쾌통쾌한 북톡카톡 서른한번째 이야기는 <탐정이 된 과학자들>(마릴리 피터스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이다.

성신:남정미씨의 첫 책 <북톡카톡> 출간 축하해요! ^^

정미:고맙습니다. 뻔뻔하게도 우리가 우리 책을 우리 칼럼에…ㅋㅋ

성신:스포츠경향 ‘북톡카톡’ 칼럼을 모아서 출간한 책을 다시 여기에서 거론하다니, 감개가 무량하군요. 히힛~

정미:스포츠경향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독자께 이 영광과 감사를 돌립니다.

(_ _ )(- -)( _ _)

성신:자! 이제 아부는 그만 떠시고… 오늘 우리가 수다 떨 책은 우리 책이 아니죠?

정미:ㅠㅠ 아쉽게도!

성신:이제 다음 면 어린이날이에요. 부모님들이 고생 좀 해야 하는 바로 그날!

정미:어린이날 하루 종일 자식들한테 봉사하면 3일 뒤엔 돌려받을 수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죠.

성신:나도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린이날 바로 사흘 후에 어버이날을 배치한 것은, 좀 그렇지 않아요? 꼭 선배들이 고작 30분 ‘야자타임’ 주고는 곧바로 얼차려 시키는 것 같지 않아요? 미제라면 사족을 못 쓰던 시절, 미쿡의 어머니날을 날짜까지 베껴 와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정미: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럼 ‘적당이 안 주고 안 받기!’ 그러니까 부모자식간에 ‘퉁’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ㅎㅎㅎ

성신:그러니까 번잡한 날 밖에 나가서 개고생을 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어린이날을 집에서 온 가족이 독서토론 하는 날로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다가 애들한테 원한 살려나?ㅋㅋ

정미:놀이동산만큼 재미있는 책이 있을까요?

성신:나는 어릴 때 놀이동산보다 책읽기가 더 재미있었어요. 게다가 요즘엔 훌륭한 책들이 정말 많으니까….

정미:오호! 그런 책은 어디서 추천 받을 수 있어요?

성신:어린이 책을 추천해 주는 매체는 많아요. ‘학교도서관저널’과 ‘어린이도서연구회’ 같은 매체라든지, 대한출판문화협회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같은 기관의 추천도서라든지…, 엄청 많지요.

정미:아~ 그렇게 많이 있었어요? 그럼 ‘알려주는 데가 없어서 책을 추천해 줄 수가 없구나’ 하며 빠져 나갈 구멍이 없겠네요!

성신:당연히 없지! 요즘 세상에는 어디든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요. ‘비타500’ 3000병 처먹어도 절대 못 빠져나가지! 7억원어치 정도 먹으면 또 모를까? 그 정도면 어벤저스급이 된다는 설이….

정미:그러게요. 만인의 첫사랑 수지가 크게 한 건 해냈죠 ㅋㅋㅋㅋ

그럼, 그런 좋은 매체들이 골라준 책 중에 온가족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 한 권 추천해 주세요!

성신:<탐정이 된 과학자들>! 두둥~ 최근 본 책 중 최고의 어린이·청소년 책!

정미:<탐정이 된 과학자들>! 제목부터 확 당기는데! 소설인가요?

성신:아니요. 실제 전염병학자들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예요. 논픽션이죠.

정미:우와! 전염병학이라니!

성신:전염병학이라는 학문과 학자들의 세계를 그린 과학논픽션인데, CSI드라마처럼 진짜 흥미진진해요. 등장인물도 멋있고!

정미:오호!

성신:정미씨 그거 알아요? 인류 역사 속에서 전쟁이나 재난으로 죽은 사람의 수보다 전염병으로 죽어간 사람의 수가 월등하게 많다는 거요.

정미:맞아. 생각해 보면 ‘사스’가 퍼졌을 때 거의 외출을 안 했어요. 그리고 작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순식간에 퍼져서 지금까지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갔잖아요. 진짜 전쟁보다 더 무서운 존재야, 전염병은. 전 세계가 벌벌 떨었지.

성신:진짜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정미:무서운 얘기가 또 뭐예요? 무서워ㅜㅜ

성신:에볼라의 치사율! 최근에는 엄청난 노력으로 35%대로 그나마 떨어졌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70%대였어요. 그리고 그 이전에는 치사율 90%를 넘어간 적도 있고요. 다시 말해 10명이 걸리면 9명이 꼼짝없이 죽었다는 거지요.

정미:그래서요?

성신: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있어요. 에볼라는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감염에서 발병까지 불과 3~4일밖에 안 걸릴 만큼 급속도로 진행되고 치사율이 워낙 높았던 바람에, 오히려 전염지역이 크지 않았던 거예요. 다시 말해 지역 단위에서 갑자기 발생했다가 급속히 사라져 버리는 특성을 가졌던 것이죠.

정미:그럼 에볼라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말씀?

성신:아니지요. 바이러스는 변이를 하기도 하는데,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가 치사율은 낮아지지 않으면서 잠복기가 길어지는 쪽으로 변이를 하게 되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거예요.

정미:와! 진짜 무섭네요. 전염지역 한복판까지 들어가서 목숨 걸고 에볼라와 싸우고 있는 용감한 의사 선생님들이 없다면, 인류 전체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거네요?

성신:그렇지요.

정미:지구를 지키는 과학자와 의사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성신:<탐정이 된 과학자들>이라는 책에는 바로 그렇게 전염병과 사투를 벌여온 역사적인 전염병학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정미:이 책을 읽는 동안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겠네요. 정말 흥미진진하겠어요.

성신:19세기 런던 시민의 사망률을 분석해 페스트의 유행 양상을 그려 낸 존 그랜트라는 학자부터, 1980년대 동료 의사들에게 당시 신종 전염병이었던 에이즈의 출현을 알리고 증상정보를 공유해 체계적인 정보 수집을 가능하게 만든 마이클 고틀립이란 의사까지, 인류를 구한 전염병학자들의 활약상이 책에 등장해요.

정미:전염병을 퍼트린 1차 환자, 즉 ‘페이션트 제로’가 누구인지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탐정 같은 과학자라! 책 제목 참 잘 지었는데요?

성신:그렇지요? 우리가 어른인데도 이 책은 무지하게 흥미진진하지요? 요즘 어린이 책이 이렇다니까요.

정미:훌륭합니다, 아주. 나도 이번 어린이날에는 엄마·아빠랑 함께 앉아서 이 책 읽어야겠어용! ㅋㅋ

성신:정미씨의 엄마랑 아빠가 그것을 좋아하실지는 전혀 모르겠지만…ㅋㅋ

정미:내가 치사율 100%짜리 독서 바이러스를 무지하게 광범위하게 퍼트린다고 하면, 나를 잡으러 오는 전염병학자가 있으려나?

성신:용감하고 섹시한 총각 전염병학자가, 지금 그대를 잡으러 오기를 바라는 거요?

정미:우헤헤헤헤헤~ 나 잡아 봐아아아라~

성신:이리 좀 와봐. 약 먹게. 그 병세에 차도라도 좀 있어야 시집을 가든지 말든지 하지!

정미: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어. 원래 애들이 위인전이나 자서전을 읽으면, ‘엄마 나 커서 에디슨처럼 될 거예요’하잖아요? 그런데 전염병학 책을 읽고 난 뒤에 “엄마, 나는 바이러스를 쫓는 탐정이 될 거예요” 이럴까봐 걱정 늘어지는 부모도 있지 않을까? 위험하다고 말이야.

성신:이 책에 등장하는 전염병학자들처럼 목숨을 걸고 바이러스와 싸우며 인류를 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낫지. 그럼 골방에 처박혀 악플이나 일삼는 ‘바이러스적 존재’가 되는 게 낫겠소?ㅋㅋㅋ

정미: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성신:물론 농담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전염병학자들을 보면 ‘과연 어떤 태도로 살아야 진정으로 위대한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진정한 용기란 어떤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책!

정미:나는 이 다음에 엄마가 되면 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줄 거야! ‘그래. 네가 하려는 일은 어렵고도 힘들 거야. 하지만 세상을 구하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다면 엄마는 무조건 응원할 거야. 기왕이면 더욱더 위험한 바이러스를 잡는 위대한 탐정이 되거라!

성신:우선 시집이나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