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도 가지도 않으면서 볼 것 없다 하실라요?”

오늘도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느리게 걷는 소설가 이병천의 고향은 ‘여그 전주!’다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학교 다니고, 여전히 전주에서 살고 있다. 그보다 더 전주에 대해 잘 알고, 애정 어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당신에게, 전주>는 바로 전주를 가장 잘 아는 전주사람이 들려주는 전주 이야기다.

전주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도시다. 주말이면 끊임없이 사람들이 밀려들고, 길거리 간식을 파는 가게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전주는 ‘그저 닭 염통꼬치나 떡갈비가 전부’일지도 모른다. 물론 전주는 유네스코가 정한 음식창의도시다. 그러나 길거리 간식이 전주의 전부는 아니다.

전주의 모주에는 술 한잔에도 자식을 염려한 어머니의 마음이 깃들어 있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콩나물국밥 한 그릇도 수란과 함께 먹는 지혜가 있다.

조선 궁궐식 정원의 가치를 가진 경기전은 시내 한복판에 자리해 사람들에게 멋진 휴식처가 돼 준다. 또 전국 4곳에 나눠서 보관했던 조선왕조실록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고 오직 전주사고에서만 지켜졌다. 전주사고가 없었더라면 어찌됐을까? 조선왕조의 소중한 역사기록을 모두 잃어버렸을지 모른다. 그 의미를 알고 보면 나무 한 그루, 지붕의 선 하나도 다른 깊이로 느껴진다. 하나하나 고맙고 소중한 마음이 새록새록 일어난다. 그것이 작가 이병천이 들려주는 전주의 가치다.

누군가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속에 나온 전주향교만 기억할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에게, 전주>를 찬찬히 읽고 나면 전주사고를 지켜낸 영웅 신흥록과 이안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약속>의 배경이 된 전주의 전동성당도 배우 박신양과 전도연의 슬픈 결혼식 장소이기 전에 순교자들의 피가 흐르는 곳이다. 한국 천주교사에 기록된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이 처형된 장소이기 때문.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성당의 기초가 된 돌과 흙에 얽힌 그들의 희생과 헌신까지 꼼꼼히 짚어 준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전주를 ‘관광’하지 않고, 맛과 멋과 역사의 숨결을 통해 전주의 참다운 면모를 깊이 느끼기를 바라는 저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당신에게, 전주>에는 전북일보 사진부 안봉주 부국장이 찍은 전주 사진들이 가득 실려 있다. 전주에는 한옥마을만 있는 것이 아니다. 7·8월이면 연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덕진연못. 법정스님이 ‘나라 안의 최고’라고 칭송했던 그 덕진연못의 연꽃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전주천에 살고 있다고 전해지기는 하지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수달의 모습도 사진으로 담았다.

산벚꽃이 장관인 봄날의 완산칠봉, 아이들이 천진하게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날의 전주천, 은행나무 낙엽이 융단처럼 덮인 가을날의 전주향교, 흰 눈이 소복이 덮인 겨울날의 한옥마을 기와 지붕! 계절마다 색색깔 옷을 갈아입는 전주의 아름다움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그저 몇 번 가본 사람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전주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전주에 살고 있는 전주사람의 애정까지 한 가득 품고 있는 사진을 보노라면 당장 전주 가는 기차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모른다.

쇼팽과 아리랑이 만나고, 마당극과 비보이가 어우러지며, 콩나물국밥이 바게트빵으로 이어지고, 모주가 아이스크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곳, 그곳이 바로 전주다. <당신에게, 전주>는 이러한 창의성과 기발함이 넘치는 전주, 다양성이 공존하는 전주의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구수한 언어로 세밀하게 보여준다.

국제영화제부터 소리축제·비빔밥축제·복숭아축제·물총축제까지, 과거에 갇혀서 고인 물이 돼 가는 도시가 아니라, 펄펄 살아 뜨겁게 변화하는 젊은 전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당신에게, 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