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위의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멀리뛰기 선수 다리야 클리시나(25)는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원치 않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클리시나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일한 러시아 육상 선수이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도핑 스캔들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육상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징계에 따라 리우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그러나 클리시나는 지난 3년간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훈련해 도핑과 무관하다는 것을 IAAF로부터 인정받았다. 클리시나는 러시아 국기 대신 오륜기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그러나 후폭풍이 컸다. “올림픽에 나가게 돼 정말로 행복하다. IAAF에 감사하다”는 글을 지난 달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육상계는 물론 크렘린 궁에서까지 그를 ‘배신자’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빼어난 미모로 조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젠 ‘매국노’ ‘반역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론과의 접촉도 피했던 클리시나가 자신의 힘겨운 처지를 토로했다. 클리시나는 10일 독일 스포츠 매체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비난하고 ‘반역자’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많은 주목을 받는데 그것은 (올림픽에서) 긍정적이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클리시나는 이번 일로 조국의 따가운 시선에 적잖게 힘들어 하고 있다.

180㎝에 58㎏의 클리시나는 그동안 외모 덕에 많은 주목을 받으며 세계 육상계에 호감을 받아왔다. 모델로도 활동하며 나이키, 레드불 등의 후원을 받아왔다. 2013년 자국에서 열린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육상 선수’로 불렸다.

클리시나는 2011년과 2013년 유럽 실내육상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으나 아직 메이저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은 없다. 약관의 나이에 출전한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7위에 그쳤지만 ‘얼짱’으로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클리시나는 당시 스포츠경향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름다움은 모든 여자의 판타지이기도 하고 팬이 많아져 좋다”면서도 “그러나 나에겐 스포츠가 가장 최우선”이라며 멀리뛰기에 대한 사랑을 밝혔다.

필드 위에서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던 클리시나는 이번 올림픽에서 달갑지 않은 관심과 부담 속에 또 다른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클리시나가 출전하는 여자 멀리뛰기는 오는 17일 오후 9시5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