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이 확정됐다. 이인휘의 소설집 <폐허를 보다>가 본상을,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다시 봄이 올 거예요>와 김형수의 <소태산 평전>이 특병상을 공동 수상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73년 창비사가 제정한 만해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3년간의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만해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6월15일에 회의를 열고 올해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맞아 이 상의 의의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몇 가지 내용을 개편했다. 우선 본상의 상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 아울러 예심 통과작을 대상으로 1차 본심에서는 ‘최종심 대상작’ 목록을 확정해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발표하고, 숙고기간을 거친 뒤 2차 본심에서 ‘수상작’을 뽑기로 했다. 만해문학상 특별상(상금 1000만원)도 신설했다.

이후 강경석·김미정·김소연·박형준·손택수·이경재 등이 참가한 예심에서 시집 6종, 소설 5종, 비문예물 3종 등 14종의 본심 진출작이 가려졌다. 이어 백낙청·한기욱·황인숙·황현산으로 이뤄진 본심 심사위원진은 1차 본심(8월4일)에서 7종의 최종심 대상작(시집 2종, 소설 3종, 비문예물 2종)을 가려낸 뒤 2차 본심(9월 9일)에서 이인휘 소설집 <폐허를 보다>를 제31회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다시 봄이 올 거예요>와 김형수의 <소태산 평전>을 특별상 공동수상작으로 뽑았다.

<폐허를 보다>는 1980년대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압적 정치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소설집이다. 기존 노동소설의 경직된 형식이나 교조적 입장에 구애받지 않고 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배합을 통해 절절한 감동을 안긴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전작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이어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중 형제자매의 육성을 담은 구술자료다. 하지만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참사를 겪은 청소년들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기록문학으로서 우리 시대의 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소태산 평전>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을 비교도의 눈길로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사상사의 빈 곳을 충실히 채우는 동시에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상상력과 유려한 필치가 더해져 또 다른 민중문학의 성취에 도달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이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1월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이날 창비가 운영하는 다른 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