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미FTA 탈퇴 등 한국 대미수출품에 대한 보복적 수입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대대적 무역제재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9일 ‘미국 신 행정부의 향후 정책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기조 심화와 더불어 불공정무역행위 제재를 위한 대대적인 행정명령 시행 및 무역구제조치 사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며, NAFTA 등 기 체결 FTA의 재협상, TPP의 사실상 논의중단 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관측했다.
KIEP는 ‘통상정책’과 관련 “ 트럼프는 일관되게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 성향을 보여왔다”며 “이전부터 자유무역 협정이 미국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며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1년에 모든 수입품에 20%의 일률적 관세부과와 해외 아웃소싱 일자리에 대해 일률적으로 15%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트럼프는 NAFTA, 한미 FTA, WTO 가입 등 자유무역의 영향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 3분의1이 없어졌다는 주장도 했다. 중국에 45%, 멕시코에 35%의 관세부과를 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에 대해 ‘Economic Policy Institute(경제정책연구소)’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미 FTA로 인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졌다”며, “일자리 파괴자(job killer)”라고 말했다.
KIEP는 “트럼프는 미 헌법 2조에 의해 보장된 ‘대통령의 외교적 권한’을 이용, 의회와 상의 없이 일방적인 FTA 탈퇴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 것이므로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나, 그간 트럼프가 보여준 독불장군식 행태를 미루어볼 때 일말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KIEP는 또 “현실적으로 기존 FTA 탈퇴보다는 후폭풍이 덜하며 보다 직접적인(통상법 발동을 통한) 무역제재조치의 가능성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국 역시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소한 단기적으로 글로벌 무역이 침체일로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환율정책’과 관련, 환율조작에 대한 제재를 수 차례 언급한 바 있고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할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
그는 특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들은 대가를 치루게 할 것”이라며 “불공정무역행위를 모든 무역제재수단을 동원하여 제재하겠다”고 말왔다.
트럼프는 한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환율감시국으로 지정돼 있어 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또 “중국의 불법보조금(unfair subsidy) 지급을 WTO의 룰에 따라 금지시키고 그 룰의 이행을 모든 행정수단을 동원해 강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도 불법보조금 지급 문제로 미국의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왔다.
부자감세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 ‘조세정책’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현재의 7단계인 소득세 세율 구간을 3단계로 줄이고, 최고 세율을 33%(현행 39.6%)로 낮추겠다”며 “현행 최고 35%인 법인세를 15%로 낮추어 법인의 조세부담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또 상속세-증여세의 완전 폐지를 약속했다.
KIEP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주장하는 조세감면 및 재정지출 증가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역대 최고로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CRFB(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정정책 공약이 모두 시행되는 경우 2016년 국가부채 대비 GDP 비율이 105%에 달해 역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IEP는 이같은 트럼프의 한국관련 주요 정책을 소개한 후 무역제재와 관련 “통상법을 발동할 경우 한미 FTA로 인해 결정된 관세와 관계 없이 추가적인 관세부과 및 수입제한 조치가 가능하다”며 “트럼프의 성향으로 볼 때 해당 조치의 급작스런 시행도 가능한 만큼,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을 미리 선별하여 사전적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환율제재와 관련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강한 비난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 중심에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환율조작에 대한 불만이 있다”며 “1차적인 타깃은 중국이지만, 우리에게까지 충분히 번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IEP는 한미FTA와 관련해서도 “재협상 및 미국 탈퇴 등의 극단적인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까지 법률시장 개방문제, 의약품가격 산정, 공정위 절차 등에 대해 미국 측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트럼프의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특히 자동차, 철강 등에서 추가적인 문제제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또 금융시장과 관련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나 즉흥적인 발언들은 불확실성을 높여 자금유출입의 변동성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유세 중 언급한 공약이 실현 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철강, 자동차 등 분야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간에 무역갈등이 트럼프 집권기간 동안 계속 이어지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진간접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