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맞아 17일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강남역 사건을 추모하는 여성·시민단체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60여명의 참가자가 숨진 여성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검은색 옷과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조용하고 조신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성은 더 연대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의 가해자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범행의 본질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지독하게도 범행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았다. 경찰과 정부는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며 오히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강화했고, 여성들의 추모 움직임에 온라인상 혐오와 폭력이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단테들은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은 여성폭력과 살해에 무감했던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며 “포스트잇으로, 잇단 추모집회와 거리 발언으로 일상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불편한 느낌들과 이해할 수 없던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함께 나눴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장소 인근인 신논현역에서는 이날 저녁 이날 추모제 참가자들이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마스크를 쓰고 침묵 행진을 벌였다.

지난해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의 공용화장실에서 조현병을 앓던 35살 김모씨가 처음 본 20대 여성을 흉기로 숨지게 했다.

살인을 저지른 김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날 한 추모모임에서는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2011~2015년 동안 1002명의 여성이 살해되고 1037명의 여성이 살해될 위험에 놓였다는 사실을 전하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