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경찰청을 전격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경찰 수뇌부의 일명 ‘민주화 성지 논란’을 두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김부겸 장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최근 경찰 지휘부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제가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최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공식 페이스북에 ‘민주화 성지’라는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두고 “이철성 청장이 전화해 ‘민주화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라며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청성 청장은 전화 통화를 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져 논란이 됐다.

김부겸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세를 다시 가다듬겠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12만 경찰 상하가 한 마음이 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삼겠다. ‘인권 경찰, 민주 경찰’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장관은 “경찰이 거듭 나는 것을 전제로, 경찰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라며 “불미스런 내홍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인권 경찰로의 재탄생이라는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지난해 ‘박근혜 탄핵’을 외친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1000만 시민이 질서정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꿈꿨을 때 경찰은 여러분 곁에서 촛불을 지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한건의 불미스러운 사고·사고도 없었는데, 그때 자세로 돌아가 오직 국민만 바라보겠다. 반드시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도 공직 기강을 염려하고 계신 바, 주무장관으로서 마음 무겁기 짝이 없다”라며 “지금 이 순간,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반성이 경찰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경찰을 향해 “여러분은 제복을 입은 공직자입이다. 당당한 공권력의 상징이어야 할 경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외부의 힘에 의해 짓밟히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의 어깨 위 계급장은 국민이 달아준 계급장이고 자부심과 명예의 상징이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고 경멸당한다면 그 계급장이 불명예의 낙인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신상 발언에서 “경찰 지휘부의 갈등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 끼친 데 대해 매우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도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깊이 성찰하겠다”며 사과했다.

김부겸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께서 지휘권 사용을 고민한 걸로 안다. 그러나 경찰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게 옳다는 주변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 같다. 멋지게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장관은 이철성 경찰청장, 박진우 차장, 김정훈 서울경찰청장, 이주민 인천경찰청장,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등과 함께 일려로 서서 “차렷! 국민께 경례”라고 말한 뒤 허리를 숙여 재차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