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척이 많이 아픕니다. 저를 키워준 삼척에 보답할 때가 된 거죠.”

호리호리한 체격에 곱살한 얼굴, 얼핏 나약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청년’의 목소리에는 힘이 배어 있었다. 조상대대로 삼척에서 살았다는 토박이 김희창씨(50)는 스스로를 ‘젊은이’ 또는 ‘청년’이라 부른다. 100세 시대를 맞은 한국에서, 그것도 고령화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는 농어촌에서는 50대는 청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씨가 자신을 ‘청년’으로 부르는 데는 지역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특히 삼척을 가꾸고 지켜오신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삼척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우리나라 4대 공업도시 중 하나로 꼽혀 온 곳이다. 지하자원이 풍부해 대한민국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북쪽에는 평양공고, 남쪽에는 부산공고, 서쪽에는 서울공고, 동쪽에는 삼척공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척은 인적자원이 풍부했고, 지하자원이 넘쳐났다. 특히 석탄과 시멘트 생산도시로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 삼척에는 옛 영화의 추억보다는 그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게 깔려 있다. 광산업의 후유증으로 많은 어르신이 진폐증을 앓고 있고, 석회석 광산에 종사하시던 어르신들 중 상당수는 지금 담석환자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러 외지로 나갔을 때와 경기도 파주에서 군복무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삼척을 지켜온 토박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자자손손 살아왔고, 자신도 이곳에 뼈를 묻을 요량이다. 그렇게 살기 좋던 삼척이 점점 신음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던 김씨는 지역을 위한 일을 찾다가 ‘힐링센터’를 떠올렸다. 음악·미술·승마·기·바둑 등 갖가지 힐링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지역민들의 건강한 삶을 돕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나날이 위축돼 가는 삼척 경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자는 복안이다.

“바둑·음악·미술·승마·기 등을 통해 마음의 피로를 풀고 몸의 병도 치유하는 5000~7000평 규모의 힐링센터를 삼척에 유치하려고 합니다. 삼척시는 산과 바다, 동굴과 계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힐링센터의 과학적인 프로그램과 삼척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휴양자원이 어우러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센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김씨의 힐링센터 유치 계획은 뜬금없이 불쑥 나온 것이 아니다. 사실 그는 지역에서 먹고산다는 얘기는 듣는다.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유명 브랜드 점포도 가지고 있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터전인 만큼 땅도 좀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동해·삼척지구당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이 때문에 그는 오래전부터 힐링센터 유치 계획을 세우고 시와 시의회의 문을 두드려 왔다. 시와 의회 관계자들도 힐링센터 유치 목적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시나 의회가 앞서서 나설 수는 없는 일. 지역의 여론 형성이 필요했다. 김씨가 힐링센터유치위원장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다.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한국기원을 찾아가 바둑계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고, 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준비만 잘하면 여러 공공기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을 얻었다. 김 위원장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민간 힐링센터를 찾아가 벤치마킹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힐링센터는 점점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김위원장을 돕겠다는 선후배와 지인들도 여럿 나서고 있다. 그동안 베풀며 살아온 삶의 보답 같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의 힐링센터는 삼척이나 동해 등 인근 지역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힐링센터의 가장 큰 목적은 환경성 질환이나 심신장애 등으로 고통을 겪는 대한민국 시민의 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삼척·동해시 관광자원과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요량입니다.”

지금 삼척시에서는 화력발전소 유치가 가장 큰 화두다. 주민들 90% 이상이 화력발전소 건설을 희망한다. 그것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이는 삼척시 전체가 그만큼 아프다는 방증이다. 화력발전소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기금을 가지고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지금은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에도 힐링센터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그렇게 멀리 보고 힐링센터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이제 시작인 거 압니다.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삼척시민이나 인근 동해시민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에서 힐링이 필요한 분들이 삼척에 와서 마음의 병을 털어내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삼척 청년’ 김희창씨의 우보천리는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