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기내에서 전자담배를 흡연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김반장과 윈디시티’ 멤버 라국산(36·본명 강석헌)씨의 공소장이 잘못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13일 검찰이 라국산씨를 기내흡연 혐의로 재판에 넘길 당시 범행 날짜를 잘못 적은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올해 6월 발생한 범행을 2월로 잘못 쓴 경찰의 의견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검찰이 날짜가 틀린 공소장을 법원에 낸 탓에 라씨에게는 기내흡연 처벌을 강화한 개정 항공보안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13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전경욱 판사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라씨에게 최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라씨는 올해 2월 22일 오후 1시 10분께 운항 중인 샌프란시스코발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 좌석에서 전자담배를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항공보안법 제23조 ‘승객의 협조 의무’에 따르면 항공기 승객은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기내에서 소란행위나 흡연 등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연합뉴스 취재 결과 라씨가 전자담배를 피운 날은 올해 2월 22일이 아닌 6월 22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검찰은 모두 공소사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1심판결 선고 때까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이날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서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6월 22일로 범행 날짜를 작성했으나 검찰 송치 과정에서 의견서에 2월로 잘못 썼다”고 실토했다.

검찰 관계자는 “라씨의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해 범행 날짜를 확인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범행 날짜가 실제보다 넉 달이나 이른 날짜로 잘못 기재됨에 따라 라씨에게는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항공보안법 대신 개정 이전의 법이 적용됐다.

기내폭행이나 흡연 등의 처벌을 강화한 개정 항공보안법은 올해 3월 21일 시행됐는데, 항공기 운항 중 흡연에 대한 벌금 상한액은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계류 중 흡연 벌금 상한액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처벌이 강화됐다.

라씨에게 개정법이 적용됐다면 벌금 상한액이 높아져 실제 부과된 벌금도 100만원이 아니라 더 높게 책정됐을 수도 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범행 날짜를 제대로 적용해 기소됐다면 개정된 관련법에 따라 벌금 액수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경찰과 검찰 모두 황당한 실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라씨는 당시 기내 승무원에게 “흡연할 의도는 없었고 새 전자담배를 테스트해 본 것”이라고 흡연 경위를 설명했다.

라씨가 피운 전자담배는 위탁 수화물로 부칠 수 없는 물품이지만 기내 반입은 가능하다. 불을 붙여 피우진 않지만, 법상 담배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내에서 피울 경우 일반 담배와 같은 처벌을 받는다.

전 판사는 라씨에 대해 “누구든지 운항 중인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기장 등의 항공안전 지시에 따라야 하며 기내에서 흡연해서는 안 된다”며 “벌금을 내지 않으면 10만원을 하루로 환산한 기간 동안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