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의 천국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치 좋은 해외 어딘가의 곳에서 실제로 살면서 식당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사장’ 윤여정을 비롯해 전무 이서진, 과장 정유미, 아르바이트생 박서준 등은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분투로 이뤄가고 있다. 첫 시즌이 10%가 훌쩍 넘은 시청률로 사랑을 받았다면, 두 번째 시즌은 15%의 벽까지 넘어서면서 케이블채널 예능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길리섬에서 한식을 새롭게 보는 이방인들의 눈을 가감없이 전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윤식당>은 두 번째 시즌에서는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의 공동체에 스며들어서 진정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식당> 두 시즌을 통해 ‘편하게 볼 수 있는’ 나영석표 예능의 가장 주요한 적자로 올라선 이진주PD와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나PD에게서 배운 리더십의 원형질을 직접 현장에 적용하고도 있었다.

- 시즌2의 방송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시리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화제성은 더 커지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감사하고 기쁩니다. 한편으로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청률이라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 회차가 남아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자고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첫 방송이 끝나고 윤여정 선생님께서 ‘반응이 너무 좋아 나중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시며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제작진도 같은 마음입니다. 시청률이 높은 것은 현대 사회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여유를 선물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현실에선 원하는 시간에 여행을 가는 것도, 마음 편히 여유를 즐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서요.”

- 장소나 멤버의 차이 외에 이전 시즌과 달라지고 싶으셨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배경인 테네리페섬 가라치코마을도 관광지이지만 그 곳에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활기차게 아침을 여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송에 많이 담았습니다. 지난 시즌에서보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의 관계 맺기, 이웃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곳에서 잘 어울린다고 느꼈던 음악도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 많은 아르바이트생 후보군 중 박서준을 선택한 이유는요?

“배우 데뷔 전 레스토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8개월 동안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점이 박서준을 섭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박서준을 직접 만나보니,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돌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를 잘 알고 있고, 센스도 탁월했습니다. 촬영에서도 홀서빙 뿐 아니라, 주방 보조에까지 대단한 활약을 해 제작진도 깜짝 놀랐습니다.”

- 길리섬과는 다른, 가라치코에서 받으셨던 느낌의 차이가 있나요?

“손님들의 80프로 정도는 한식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입니다. 여행객이 아니라 현지 주민일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이것이 시즌1과의 차별점인데, 시즌1 때는 동남아 휴양지에 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했던 거라 손님들 대부분이 한식에 대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가라치코에 윤식당 2호점을 만들면서 이곳이 너무 한식 불모지라 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현지인 스태프들에게 우리 비빔밥 메뉴를 만들어 대접하고 평가를 들어본 적도 있는데 다들 처음 먹어보지만 맛있다고 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먹어보지만 맛있다고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매운 맛에 대해서도 걱정했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남미 태생이 많아서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 멤버들의 요리실력은 많이 늘었나요?

“단체손님을 치러내면서 다 같이 자신감이 상승했습니다. 해냈다는 느낌이 모두를 긍정적으로 만들었고, 이서진 씨는 박서준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습니다. 또 윤여정 선생님이 마지막 날엔 ‘유미랑 나랑 한식대첩 나가도 되겠어’ 라고 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 지난 시즌에 갑작스러운 가게의 철거 상황이 있었잖아요. 이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있었나요?

“단체손님들이 왔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단체손님 부분은 번역을 번역가 3분이서 한 달 동안 하셨을 정도로 대화의 분량도 많았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제작진은 <윤식당>이 하나의 판타지라고 설명합니다. 예능으로서 지향하는 방향성은 어떠한가요?

“‘윤식당’은 현실의 식당이 아닙니다. 누구든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외딴 곳, 파라다이스 같은 섬에서 나만의 가게 열고 싶다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비록 이루지는 못해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작은 판타지를 실현해주는 꿈의 공간 같은 곳을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 나영석PD님과 함께 연출 중이신 PD분 중 한 분이십니다. 리더십의 측면에서 나PD님에게 느끼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요?

“조연출일 때는 선배님이 스태프들께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하시는 걸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해야지 흉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결과가 좋아야 모두가 행복하다’고 하신 말씀을 많이 생각합니다. 일하는 과정에서도 스태프들을 잘 챙겨야 하지만, 그들이 열심히 참여해서 만들어낸 작업물들을 가지고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보람과 의욕을 안겨드릴 수 있고 그래야 또 다음 프로그램을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PD님이 생각하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할 의욕이 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촬영현장에서 저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태프들의 식사를 잘 챙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편집실에 와서는 감독님들이 담아주신 방대한 양의 그림과 소리들을 꼼꼼히 보고 누락되는 것이 없도록 정리한 후, 아름다운 그림과 소리가 프로그램 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편집합니다. 감독님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보고 보람을 느끼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편집하는데 이게 제 나름대로는 고생한 분들께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 PD님만의 예능관은 어떤 걸까요.

“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면 좋은 예능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시청자의 리모컨을 사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저희 방송이 방영되는 긴 시간 동안 시청자가 꾸준히 기분 좋게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서진씨가 최근 시즌 3를 언급하셨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윤식당>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요?

“아직 시즌3나 그 다음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해야지 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어제, 누구와 어디에서 하고 싶다거나 어떤 느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좀 이른 단계인 것 같아요. 시즌2를 끝까지 잘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 남은 분량에서 시청자들이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하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

“많은 손님들이 윤식당이 시한부영업인 것을 알고 찾아오셨어요. 한식이란 음식을 지금이 아니면 이 동네에서 맛볼 기회가 흔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신 것 같았습니다. 시즌2 윤식당의 손님들은 모두가 동네 이웃이기 때문에 테이블 간 경계가 거의 없어지고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습니다. 이웃의 따뜻한 정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연자들도 단체손님을 치러낸 긍정적인 힘으로 남은 영업을 잘 이끌어갑니다. 모두 각자의 역할 속에서 윤식당을 완벽하게 끌어갈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끝까지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