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 사건이 왜 날짜 진실공방으로 바뀌었을까.

14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전직 검찰총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파헤쳤다.

신승남 전 총장은 밤 9시가 넘을 무렵 연락 없이 포천소재 골프장 여직원 기숙사 문을 두드렸다. 수진(가명)씨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자 총장은 다짜고짜 안으로 들어왔고, 과장이 따라 들어왔다. 함께 사는 민정(가명) 씨는 샤워를 끝낸 후에도 나가지 못했다. 총장은 자신의 옆에 민정씨를 앉혔다.

민정씨는 “머리가 젖어있는데 머리를 만지고 팔도 만지고 껴안고. 맨살이 자꾸 닿아 계속 뺐더니 자기가 싫으냐면서 애인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뽀뽀까지 요구했다. 민정씨가 거세게 항의한 다음에야 과장이 신 총장을 데리고 나갔고 총장은 민정씨와 수진씨에게 5만원씩을 주고 갔다고 한다.

다음날 항의를 하러 이사를 찾아간 민정씨는 “참고 넘어가라”는 말을 들었다. 민정씨의 항의가 거셌던 탓에 옆에 있던 포천 골프장 직원들도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민정씨는 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고, 1년 반이 지나서야 고소를 결심했다. 민정씨는 “처음부터 고소할 생각은 없었다. 포천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전 회사 사람들이 당시 성추문에 대해 물었다는 것.

민정씨는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당시 상황을 고백했다. 민정씨 아버지는 골프장에 찾아가 항의했고 신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아버지는 하지만 “신승남이 우리한테 ‘네깟 것들한테 내가 왜 사과를 해?’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승남 전 총장은 민정씨를 무고로 맞고소했다. 맞고소 한 달만인 2014년 12월 경찰은 사건에 공소권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도 1년 후 같은 의견으로 불기소를 결정했다.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기소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민정씨는 사건이 2013년 6월 22일에 발생했다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시기가 6월 19일 이전이라 판단했다. 문제는 2013년 6월 19일 친고죄가 폐지되며 고소 방법과 고소 기간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신승남 전 총장은 민정씨가 날짜를 허위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신승남 전 총장 운전기사의 운행 기록에서 22일 밤 골프장에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민정씨에게 항의를 받았던 이사는 “6월22일 광주로 간게 기억난다”며 23일 광주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서를 공개했다.

민정씨는 “정확히 날짜를 모른다. 아예 잊고 살려 했고, 1년 전 일을 어떻게 날짜까지 기억하나”라고 말했다. 민정씨의 골프장 퇴사가 6월 29일인데, 사건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 퇴사한 기억 때문에 22일쯤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민정씨 아버지는 날짜가 특정이 돼야 고소장이 접수가 된다고 했고, 그래서 22일 특정했다고 했다..

민정씨 아버지는 “운전기사가 자기 운행일지에 기록된 날짜가 6월 22일로 돼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는 검찰 수사관 출신 법무사이자 신승남 전 총장의 고향후배 배씨에게 이를 이야기했다며 “21일이라고 말했는데 배씨가 22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운전기사에게 날짜를 물어봤고, 22일이라는 말에 민정씨에게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민정씨는 “나는 추측한 거지만 기사는 운행일지라는 걸 쓴다고 했다. 거기에 6월 22일이라는데 그게 맞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날짜를 5월 22일로 특정했다. 사건 날짜가 5월이라 주장한 유일한 사람은 신승남 전 총장뿐이다. 그 주장의 근거는 운전기사의 운행일지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5월 21일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수진씨는 사건 발생 날짜를 6월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입은 의상 때문이었다. 민정 씨는 “골프장이 5월과 6월 날씨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도 6월 21일로 확신하고 있었다. 당시 회식이 끝난 후 자신이 카드를 받아 계산했고 금액까지 기억했다. 그 회식이 끝난 후 신승남 전 총장이 기숙사를 찾아갔고 사건 다음날 아침 당시 골프장 대표이사가 있었던 일에 대한 사실확인 차 신승남 전 총장을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6월 21일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날 민정씨와 같이 있던 수진씨가 6월21일 휴무였다고 기록된 근무표 때문이었다. 골프장 관계자는 “그 근태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고, 근무표가 부정확했다. 당시 수사했던 경찰은 “수기로 된 기록이고 조작한 건 없었다”고 말했지만 정확성은 확인하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의 공소권이 없다는 결정은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일 수 있다.

최근 민정씨와 아버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민정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근무표 내용이 반드시 실제 근무 내용과 일치한다 단정할 수 없으며, 사건 발생이 2013년 6월 하순경이 높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에 항소했다.

또 신승남 전 총장은 한차례도 조사받은 기록이 없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왜 신승남 전 총장을 조사하지 않았을까. 당시 수사를 주도했던 경찰은 “외압은 없었다. 양심과 아들을 걸고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수사 못 한 거다. 내가 조사하려고 전화했다. (그가) 변호사를 통해서 이야기 하자 했다. 영장이 발부가 안되니까 변호사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날짜 의혹을)확인 안 하면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겠냐”고 말했다.

민정씨는 또 검찰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나한테 제일 먼저 한 이야기는 어차피 처벌 안된다는거 알지 않냐. 이것만 제대로 말해주면 안나와도 된다고 했다. 그 사건에 대해 내 이야기를 듣기 보다 원하는 대답을 얻으려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민정씨 변호인들은 검찰 신문 영상과 조서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정씨에게 유리할 수 있는 내용이 조서에는 빠져있었다.

신승남 전 총장은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나오자 직원들 보란듯이 골프장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현재 신승남 전 총장이 진행 중인 소송은 알려진 것만 20건이 넘는다. 대부분 골프장 직원들, 성추행 소송 관련 사람들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그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공소장을 받아든 후배 검사가 어떤 생각을 하겠나. 그 자체가 영향력을 행사한거다”고 말했다. 신승남 전 총장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자료를 준게 누구냐. 내가 대충 알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민정 씨는 “이제는 사과도 뭐도 바라지 않고 그냥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면 난 소송을 안 할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딸 옆에서 3년 이상 죄인이 돼야 했던 아버지는 “내가 평생 사죄하면서 살겠지만 다시 해도 똑같이 고소할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다. 여기서 사건을 무마시키고 넘어가면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오고 또 넘어가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