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식이 보편화되면서 주민들의 집단 민원으로 동물 장례식장 찬반 논쟁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불허가 처분을 내렸던 지자체가 법정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향후 전반적인 반려동물 장례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원지방법원 행정1부 이정민 부장판사는 지난 9월 ㄱ씨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행위불허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정민 부장판사는 “주민 338명이 동물 장례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구체적 반대 이유를 파악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들이 부정적인 정서 때문에 반대한다면 동물 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써 반드시 혐오 시설 또는 기피 시설이라 볼 수 없으므로 개발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 장례식장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 또한 없고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환경오염 및 토사 유출 방지 조치, 차폐 시설 설치 등을 요구해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용인시 처인구뿐 아니라 최근 대구 서구청, 양평군, 울주군 등 지자체와 사업자 간의 법적 다툼에서 잇따라 지자체가 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지자체가 주민들의 반대만을 이유로 동물 장례식장 신청을 무분별하게 불허했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물 장례식장 소송들을 대리해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은율 장혁순 변호사는 “동물장례식장은 동물보호법에 따른 요건만 갖출 경우 사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주민들의 민원만 의식해 위법한 불허가 처분을 내리고 있다”면서 “법원의 판결이 계속되는 만큼 동물장례식장에 대한 적극적인 처분과 반려동물의 사후처리 역시 손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장묘업은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사업이지만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8년 10월 기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동물장묘업체는 27곳에 불과하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개발이나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시설도 다수다.

현재 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반려동물 장묘업체나 동물병원의 단체 소각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사체를 임의로 매장할 경우 불법이다.

반려견 ‘쉥키’(푸들·8년령)를 키우는 곽선혜씨(45)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반려동물 장례업체 이용이 아니면 몰래 동네 뒷산에 묻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몇 년 넘게 가족처럼 정든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과연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 결국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펫로스 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잃은 뒤 극심한 우울 현상을 겪는 심리 증상이다.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죽음교육센터 연구원 신경원 박사는 “장례식은 비탄을 잘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애도의 과정”이라며 “반려동물의 죽음은 권리박탈적비탄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슬퍼할 권리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반려동물 장례식 문화가 사회에서 억압된 외상 문화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