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식장 건설 두고 전국 곳곳서 마찰
주민 반대에 불허 조치 내린 지자체 잇단 패소
시설 신경 쓰고 대화로 갈등 푼 ‘펫 포레스트’ 안착 긍정적 사례

자신의 동네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민원으로 동물 장례식장 불허가 처분을 내렸던 지자체가 법정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사태의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동물 장묘업 창업이 늘면서 대구 서구청, 경기 용인, 파주, 양평 등 전국 곳곳에서 창업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간의 갈등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혐오 시설’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동물 장묘업체나 동물병원의 단체 소각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사체를 임의로 매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반려견 ‘쉥키’(푸들·8년령)를 키우는 곽선혜씨(45)는 “(사체를)몰래 동네 뒷산에 묻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몇 년 넘게 가족처럼 정든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과연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을 ‘잘’ 보내주고 싶은 반려인들에게 동물 장묘업체는 꼭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전국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총 26개소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여전히 부족한 숫자다.

상황은 이렇지만 반려동물 장례시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시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일부 주민들의 민원 탓에 지자체들이 반려동물 장례식장 허가를 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용인시 처인구, 대구 서구청, 양평군, 울주군 등 지자체와 사업자 간의 법적 다툼에서 잇따라 지자체가 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지자체가 주민들의 반대만을 이유로 동물 장례식장 신청을 무분별하게 불허했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원지방법원 행정 1부 이정민 판사는 9월 동물장묘업 신청인 ㄱ씨가 용인시 처인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행위불허가처분취소 소송에서 “동물 장례식장은 반려동물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 반드시 혐오 시설 또는 기피 시설이라 볼 수 없다.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방지 조치와 차폐 시설 설치 등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동물 장례식장 소송을 대리해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은율 장혁순 변호사는 “동물장례식장은 동물보호법에 따른 요건만 갖출 경우 사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주민들의 민원만 의식해 위법한 불허가 처분을 내리고 있다”면서 “법원의 판결이 계속되는 만큼 동물장례식장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처분이 이어지고, 반려동물의 사후처리 역시 손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를 대화로 풀어나간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있다. 강성일 반려동물장례지도사 겸 펫 포레스트 총괄 실장은 “개발 당시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받아들이지 않게 건물 외관을 세련되게 건설했고 내부도 전시관처럼 꾸몄다”며 “소각으로 인한 악취나 분진 문제 등은 검사를 받고 서류상으로 설명드리며 직접 설득했다”고 말했다. 펫 포레스트는 운영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현재에도 주민들과 마찰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어 강 실장은 “기존의 반려동물 장례식장 또한 시설을 개수하는 등 주민과 반려동물 장례문화를 위한 적절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펫로스 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잃은 뒤 극심한 우울 현상을 겪는 심리 증상이다.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죽음교육센터 연구원 신경원 박사는 “장례식은 비탄을 잘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애도의 과정”이라며 “반려동물의 죽음은 권리박탈적비탄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슬퍼할 권리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반려동물 장례식 문화가 사회에서 억압된 외상 문화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