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한 정재홍(33·SK)은 마지막까지 농구인으로 떠난다.

SK 구단은 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난 정재홍 선수가 수의가 아닌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며 “농구만 사랑하던 선수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빈소에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정재홍을 추모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SK 구단 선수들이 이날 오후에 예정됐던 훈련을 취소한 채 가장 먼저 동료와의 이별에 눈물을 흘렸다.

SK 구단과 유족이 전통장례 문화와 다소 거리가 먼 선택을 내린 것은 그만큼 선수가 농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정재홍은 1m78의 단신이었지만 자비로 미국 현지로 스킬 트레이닝을 다녀올 정도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선수다. 사비를 들여 팬들과의 농구 모임을 추진할 정도로 팬 서비스 정신도 투철했다. SK 구단의 한 관계자는 “유족이 원래 정재홍 선수가 오는 17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2019 동아시아 슈퍼리그 터리픽12’에서 입을 유니폼을 입고 떠나길 원했다”고 전했다.

SK 구단은 정재홍을 추모할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황망한 이별에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쉽지 않지만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선수를 기억할을 수 있는 공간 등이 거론됐다.

정재홍은 지난달 말 연습경기에서 다친 손목의 수술을 위해 지난 3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4일 수술이 예정됐던 그는 입원 당시 피검사만 진행했을 뿐 의학적 조치는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다 심정지로 사망했다. 당초 유족은 선수의 부검을 원하지 않았지만 경찰의 요청에 따라 5일 부검을 진행한 뒤 6일 발인하기로 결정했다. 발인을 마친 뒤에는 화장을 거쳐 가족의 넋이 머물고 있는 인천 법명사에 안치된다.